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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내가 떠난 후에도 세상의 빛으로 남을 유산기부
이기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  keyclee@unice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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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7호] 승인 2019.05.13  09: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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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후원을 문의하는 분들 중에 특별한 관심이 가는 경우가 있다. 바로 유산기부에 대해 문의하는 분들이다. 살고 있는 집을 사후에 기부하고 싶다거나 사망보험금 수익자를 유니세프한국위원회로 지정하겠다는 연락을 받을 때면 이제 우리 사회에도 공익을 위해 유산을 사용하려는 새로운 기부문화가 싹트고 있구나 싶어 마음이 훈훈해진다.

유산기부라고 하면 흔히 재산이 많은 부자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유산기부는 재산의 많고 적음을 떠나 공익을 위해 유산 일부를 사용하는 것이므로 누구나 할 수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유산을 기부한 분 중에는 살고 있는 집을 사후에 기부하겠다고 약정한 30대 미혼 여성도 있고, 병마와 싸우면서도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어린이에게 집을 기부하고 세상을 떠난 잊지 못할 후원자도 있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를 추모하는 뜻으로 기부를 결정한 자녀들의 숭고한 뜻도 기억난다. 교통사고로 사망한 아내와 막내딸을 위해서 해마다 딸 생일에 기부하는 한 가장의 선행에서는 가족과의 이별을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위대한 마음을 느낀다.

보통은 유산기부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집행되는지 잘 알지 못해서 마음이 있는데도 선뜻 기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기부를 위한 법적 절차도 간단하지 않다. 유산을 기부하려면 유언에 대한 공증을 받아야 하고, 증인 2명이 있어야 한다. 민법이 정한 5가지 유언방식 중에서 민법 제1068조에 따른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이 유언의 존재 및 내용을 명확히 확정하고 유언의 효력에 관한 다툼을 방지할 수 있어서 가장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법률적인 자문과 지원이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해 대한변호사협회가 유니세프한국위원회와 협약을 맺고 법적 지원을 약속한 것은 참으로 시의적절하고 고마운 일이다. 이 협약에 따라 대한변호사협회는 유산기부 법률상담을 위한 변호사 인력풀을 제공하고, 유언공증 시 변호사를 증인으로 연결해주는 등 유산기부 법률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유산을 기부하려는 후원자의 소중한 뜻이 원활한 법적 자문과 도움을 통해 보다 쉽게 실현될 수 있게 된 것이다.

유산기부는 사후 자신의 재산 일부를 공익을 위해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다. 나의 죽음이 새로운 생명이 되고, 내 인생의 끝이 누군가에게는 인생의 시작이 되는 기적. 그렇게 내 유산이 생명이 되고 희망이 된다.

1968년 아프리카 베냉의 가난한 어촌에 사는 열한살 소년 니콜라스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온종일 배를 타고 고기를 잡다가 유니세프가 마을에 새로 세운 학교에 다니게 됐다.

“이 곳 사람들은 다들 어부로 살아가요. 저도 당연히 어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학교에 다니면서 다른 꿈이 생겼어요.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당시 니콜라스가 베냉을 찾은 캐나다 TV방송국과 인터뷰할 때 했던 말이다. 40년 후 니콜라스의 삶은 과연 어떻게 변했을까? 그를 만나기 위해 먼 길을 다시 찾아간 백발의 방송국 프로듀서는 훌륭한 교사이자 장학사로서 마을 주민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된 니콜라스를 만나 감격의 포옹을 했다.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던 동생은 심리학 박사가 됐고, 아들은 의과대학생으로 니콜라스의 큰 자랑거리가 돼 있었다.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면 니콜라스 가족에게 이런 변화는 일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유산기부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이렇듯 가치 있는 일에 유산이 쓰이도록 하자는 뜻에서다. 부동산, 보험금, 현금, 예금 등 어떤 형태의 재산이라도 좋다. 재산 일부를 유산으로 기부하면 어린이 생명을 구하고 미래를 여는 일에 사용된다. 대한변호사협회 회원들의 재능 기부활동이 큰 의미를 가지는 것은 후원자들이 유니세프한국위원회에 기부하기로 약정한 유산이 실제로 전 세계 어린이에게 사용되도록 돕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가장 따듯했던 기억을 떠올려 보자. 사랑으로 보듬어준 가족, 우정을 나눈 친구들, 내 꿈을 응원해준 선생님…. 소중한 이들이 곁에 있어 행복했을 것이다. 그들과 나눈 따뜻한 기억은 오래도록 내 안에 머무르며 힘과 위로를 준다. 옆에서 지켜주지 못해도 사랑은 전해진다.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사랑은 영원히 남아서 빛이 되고 희망이 된다.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유산기부가 우리 사회에 모범적인 기부문화로 정착해, 보다 많은 이들이 삶의 일부를 공익을 위해 나누며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기대해 본다.

/이기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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