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에서는 ‘패스트트랙’을 두고 다툼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법을 국회법상 신속 처리 안건, 이른바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기로 합의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에 반대하면서 장외 투쟁을 불사하고 있다.

국회법상 신속 처리 안건 제도는 2012년 5월 국회법 개정으로 이른바 ‘국회 선진화법’이 만들어지면서 그 일환으로 도입됐다. 이전까지는 국회법상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폭넓게 인정돼 이로 인한 여야간 몸싸움이 자주 일어났는데, 이를 방지하고자 국회 선진화법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천재지변 등 예외적인 경우에만 가능하도록 하고(국회법 제85조),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도입해 여당이 단독으로 법안을 처리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했으며(국회법 제106조의2), ▲신속 처리 안건 제도를 도입했다(국회법 제85조의2).

문제가 되고 있는 신속 처리 안건 제도의 구체적인 절차를 보면,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또는 안건의 소관 위원회(선거법의 경우 정개특위, 공수처법의 경우 사개특위)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 찬성이 있는 경우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고(국회법 제85조의2 제1항), 이로부터 해당 위원회는 180일 내에 해당 안건을 심사해야 하며(제2항, 제3항), 만약 기간 내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그 다음 날 법제사법위원회의 체계·자구 심사에 회부된 것으로 본다(제4항 본문).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체계·자구 심사를 90일 내에 마쳐야 하며(제3항 단서), 기간 내에 심사가 완료되지 않으면 그 다음 날 본회의에 부의된 것으로 본다(제5항). ▲본회의에서는 해당 안건이 부의된 지 60일 이내에 상정되어야 하며(제6항), 기간 내에 상정되지 않았을 때에는 이후 처음으로 개의되는 본회의에 자동으로 상정된다(제7항).

이와 같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용할 경우 해당 안건은 소관 위원회에서든, 법제사법위원회에서든 심사가 끝나지 않았더라도 자동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되고, 본회의에서도 일정한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상정되기 때문에 법안이 무기한 계류되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되며, 최장 330일(해당 상임위원회 심사기간 180일, 법제사법위원회 체계·자구 심사기간 90일, 본회의 상정 기간 60일) 내에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선거법이 다음 총선인 내년 4월 이전까지 통과되는 것은 쉽지만은 않을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게임의 룰인 선거법은 모든 정당의 합의를 통해 개정되는 것이 관례였고, 이번에 패스트트랙에 지정되더라도 최장 330일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내년 3월 말경에야 처리가 가능하며, 현재 114석의 의석을 갖고 있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완강하게 반대를 하고 있어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통해 법안이 처리되는 것을 막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선거법 개정안 등의 처리는 내년 총선 직전까지도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정구성 변호사·국회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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