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에게나 어둠의 시간은 있다. 하지만 그 어둠을 구원하는 손길 또한 어딘가에 있다.

“탱고에는 실수라는 것이 없어요. 인생과 달리 단순하죠.”

영화 ‘여인의 향기(Scent Of A Woman)’에서 탱고를 제안 받고 실수할까 주저하는 도나(가브리엘 앤워 분)에게 퇴역 장교 프랭크(알 파치노 분)는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죠”라고 용기를 북돋은 후 함께 탱고를 추며 영화사에 있어 가장 멋진 장면 하나를 남긴다.

이렇게 자신 있게 탱고 춤을 춘 프랭크는 사실 시력을 잃어 삶의 의욕을 상실한 후 자살을 계획했었다. 빛을 잃고 내면의 흑암에 놓여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프랭크 옆에는 삶의 희망을 주고 ‘눈’으로는 볼 수 없지만 ‘마음’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을 일깨워준 찰리(크리스 오도넬 분)가 있었다.

내게도 그러했다. 청춘을 들인 시험에 거듭 낙방하여 실의에 차 있자 물심양면으로 응원해 준 선배가 있었고, 인생의 크나큰 실수에 직면했을 때, 마치 자기 일처럼 시간을 내어 함께해 준 고마운 친구도 있었다. 위기에 놓여 어두워진 인생의 갈림길에서 그들과 함께 용기를 낸 것이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정작 중요한 것은 내 자신이었다. 가야 할 길을 뿌리치면 구원의 손길은 아무 의미가 없었고, 궁지에 몰려 달아나버리면 그들은 나보다 먼저 나를 떠나버렸다. 그 길이 어렵고 또한, 실수가 염려될지라도 암흑 속에서 용기를 내는 것은 오롯이 내 몫이었다. 그렇게 첫발을 내디뎌 주위를 밝혀야 구원의 손길을 불러 세울 수 있었고, 그들 역시 찾아올 수 있었다.

영화 속 주인공의 어둠을 걷어내 준 고등학생 찰리도 실은 자신의 장래가 걸린 위기에 놓여 있었다. 결국 찰리는 갈림길에서 용기를 냈고, 이를 기다려 이제는 주인공이 그를 구출하며 영화는 마무리된다. 서로의 구원이 된 것이다.

원래 그래야 했다는 듯이, 탱고처럼!

 

/이희관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자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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