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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어느 변호사의 아침 육아일기
배상현 변호사  |  exynos110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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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5호] 승인 2019.04.22  09:3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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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아침 6시, 9개월 된 아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들이 잠에서 깬 것이다. 마음속으로 ‘아들아, 아직은 아니다. 더 자야한다’라고 이야기했지만, 당연히 아들은 아빠의 소리를 듣지 못하고 해맑게 웃고만 있다.

우리 부부는 하루를 번갈아가며 아침에 아들과 놀아주는데, 하필 오늘 아침은 내가 당번이다. 아들의 미소에 잠을 이겨내고 침대에서 겨우 일어난다. 아들을 안고 거실에 나와 기저귀를 갈고 분유를 먹인다. 분유를 다 먹은 아들은 아주 만족스러운 표정을 하며 자기는 놀 준비가 됐다고 나에게 말을 한다. 나는 아들을 안은 채 미소를 지으며 ‘아빠는 아직 준비가 안 됐으니, 조금만 쉬자’라고 했다.

그러나 청개구리 같은 아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거실을 기며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최근에 아들이 무언가를 집고 일어나기 시작했고, 제 나름대로 힘이 생겨서 인지 부모의 품을 벗어나 집안 탐험을 다니는 걸 좋아한다. 행여나 아들이 다칠까 전전긍긍하며 아들을 졸졸졸 따라 다닌다.

아들을 따라다니다 보면 시간이 총알과 같이 지나간다. 1시간쯤 지났을까 아들은 이제 집안을 모험하는 것이 지겨워졌다. 바깥 구경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아들을 유모차에 태우고 나갈 준비를 한다. 4월 중순이 됐지만 아직까지 공기가 차서 아들을 따뜻하게 입히고 담요로 꽁꽁 싸매고 집을 나섰다.

역시 나오길 잘한 것 같다. 아들도 좋아하고, 상쾌한 아침 공기에 덩달아 나의 기분도 좋아진다. 최근 최악의 미세먼지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고 있었지만, 어제부터 시베리아에서 불어오는 바람으로 미세먼지가 많이 줄었다.

유모차를 끌고 아파트 단지를 한참을 돌아다니며 나무에 잎이 나는 것을 구경했다. 호기심이 많은 아들은 유모차에 등을 기대지 않고 90도로 앉아 이곳저곳을 본다. 그런데 아들과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다가 문득 내가 무언가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아침밥을 먹지 않은 것이다. 아침밥을 먹기 위해 근처 모 프랜차이즈 빵집에 들러 햄치즈토스트와 아메리카노를 시켰다. 유모차에 탄 아들은 아침을 주문하는 아빠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고 있다.

나는 아들에게 “너는 아침에 밥을 먹었고, 아빠는 아침에 밥을 먹지 않았으니, 아빠가 밥을 먹는 걸 기다려줬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그 순간 매장 직원이 햄치즈토스트와 아메리카노가 나왔음을 알려주었다. 주문한 햄치즈토스트와 아메리카노를 조심스럽게 들고 좁디좁은 매장 내 테이블에 앉았다. 갓 데운 햄치즈토스트를 한입 가득 베어 물고,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조심스럽게 홀짝 마신다. 이번에는 아들이 아빠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아침밥을 먹는 나를 기다려준다. 정확히 말하면 밥이 아니라 빵이었지만, 어찌됐든 간에 만족스러운 식사이다. 빵과 커피를 먹으며, 지난 9개월을 회상해보았다.

9개월 전 아들은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고, 계속 잠만 잤다. 2시간마다 잠에서 깨어 분유를 먹고 다시 잠을 잤다. 그렇게 반복을 하다 아들은 점점 성장을 하여 목을 스스로 가눌 수 있게 됐고 어느샌가 뒤집기를 시작했다. 뒤집기를 시작하고, 아들은 스스로 기어 다닐 준비를 하기 위해 손과 발을 앞으로 딛는 연습을 했다. 부모는 가르치지 않았지만 아들은 스스로 기었고, 부모가 엄마, 아빠라는 단어를 남발한 덕에 엄마, 아빠라는 말도 할 줄 안다. 아들은 아직 걷지는 못하지만 이제 무언가를 짚고 일어서는 대단한 능력을 갖게 됐다.

아들이 이렇게까지 잘 커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와 장모님께서 많이 도와주신 덕분이다. 우리 부부는 맞벌이 변호사인 관계로 평일에는 아들을 돌볼 수 없었다. 부모가 사무실에 출근을 하면, 두 할머니는 한 주를 번갈아가면서 평일에 아들을 봐주었다. 베이비시터를 불러서 아들을 키워볼까 고민을 했지만, 어머니와 장모님이 타인의 손에 손자를 맡기는 것보다 몸은 힘들더라도 할머니들이 보는 것이 낫다고 하며 육아를 맡아주셨다. 참으로 우리 부부는 못난 자식인 것 같다. 자식을 키우시느라 그동안 힘들었을 부모님께 다시 육아라는 힘든 짐을 얹어 드렸으니 말이다.

이렇게 회상에서 반성으로 이를 때쯤, 햄치즈토스트는 모두 뱃 속으로 사라졌다. 햄치즈토스트를 먹고 난 후 고개를 돌리니, 한참을 아빠를 지겹게 기다리는 아들의 모습이 보였다. 아차하고 서둘러 아메리카노를 유모차 컵홀더에 끼우고, 집으로 유모차 바퀴를 굴렸다. 유모차 바퀴에서 전달되는 잔잔한 진동에 아들은 슬슬 졸린 모습이다. 아들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잠이 들었고, 기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아내는 아직 꿈나라에 있다. 도대체 지금이 몇시길래 아직도 잠을 자는가 하며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맙소사 아직 아침 8시 30분이다. 앞으로 적어도 13시간을 아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야 한다. 아니다 생각해보니 아들과 함께 할 날은 30년(적어도 그 즈음에는 독립을 하겠지)이나 남았다.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행복하고 보람차지만 아들과 놀다보면 육체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다.

그런 거 생각하면 참으로 우리 부모님은 대단한 것 같다. 부모님 감사합니다.

/배상현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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