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인기 예능 프로그램 글로벌 특집편에, 한국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외국인들이 출연했다. 난민 인정을 받고 한국에서 십대를 보내면서 어느덧 ‘거시기’란 말이 입에 붙은 콩고에서 온 조나단부터 교환학생으로 왔던 대한민국에서 국민아빠로 등극한 샘 해밍턴까지, 우리 사회에 머물고 있는 다양한 출신 국가의 사람들이 입담을 뽐내었다. 어느새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 출연자들이 등장하는 프로그램도 상당수에 이르렀으며, 외국인 출연자들의 인기 또한 꽤 높다. 어느새 우리 안방에서도 세계화를 실감할 수 있는 때가 된 것이다.

문득 최근 만났던 외국에서 온 한 의뢰인이 떠올랐다. 의뢰인의 어머니는 한국서 태어나 독일인 아버지와 홍콩에서 결혼하고 의뢰인을 출생했다. 이후 싱가포르에서 이혼을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내다 돌아가셨다. 의뢰인은 독일인이지만 영국에서 생활하고 있었는데, 어머니의 유산을 정리하기 위해 한국, 싱가포르, 홍콩, 독일 등지에서 각종 필요한 절차를 밟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싱가포르 변호사와 협업을 하기도 하고, 각종 영문 자료들을 살펴보며 의뢰인과 나눈 이메일만도 수십통에 달했다. 언어와 절차의 상이함 때문에 수차례 확인을 거듭한 끝에야 무탈히 일을 마무리 할 수 있었는데, 멀리 바다를 건너온 의뢰인은 그간 긴장과 불안 속에서 나날을 보냈으리라 감히 이해해본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언어와 문화는 다르지만 외국 의뢰인에게도 ‘진심’은 통한다는 사실이다.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낯선 이가 오로지 나의 진심 어린 조력 하나만 믿고 유라시아를 횡단해 어머니의 고국에 왔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 업무 처리와 그 과정을 꼼꼼하게 안내하고, 팔로우업을 진행한 결과 환한 미소와 ‘엄지척’을 동반한 감사 인사를 받을 수 있었다. 국제화 시대에 변호사로서의 중요한 자질은 결국 어느 곳에서나 ‘진심’이었음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만국공통어는 어느 특정 언어가 아니라 ‘진심’이 아니었을까.

 

/허한욱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유한) 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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