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배상이란 위법한 행위에 의해 타인에게 끼친 손해를 전보해 손해가 없었던 것과 동일한 상태로 복귀시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손해배상 소송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기준은 피해자의 손해액이 된다.

그런데, 이러한 손해배상의 개념에 너무 충실하게 되면, 손해액은 결국 결과불법만을 기준으로 산정되게 돼, 행위불법이 아무리 중대하다고 해도 이를 손해액산정에 반영하지 못하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하게 된다. 극단적인 예로, 고의로 교통사고를 내서 타인을 사망하게 했으나 피해자가 75세의 노인이었던 경우와, 순간적인 부주의로 교통사고를 내서 타인을 사망하게 하였으나 피해자가 연봉 2억원의 30세 전문직이었던 경우의 손해액을 비교하면, 전자가 후자보다 훨씬 적은 손해배상책임을 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불합리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자주 거론되는 제도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이란 처벌적 손해배상이라고도 하며,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악의를 품고 비난 받아 마땅한 정도의 불법행위를 한 경우, 가해자에게 징벌을 가할 목적으로 실제 손해액과 별도로 행위불법의 정도에 따라 추가적인 손해배상액을 부과하는 제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영국·미국·캐나다 등 영미법을 근간으로 하는 국가에서 주로 행해지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일부 법률을 통해 특별한 사안의 경우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와 유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나, 일반손해배상사건에는 적용되고 있지 않으며, 추후에도 일반손해배상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입법적으로 도입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

그렇다면 현재의 입법현실에서 이러한 불합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이를 위해서는 위자료제도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 대법원은 손해액 산정의 기준이 되는 손해에는 현실로 발생한 적극적 손해, 장래에 얻을 수 있었던 이익의 상실인 소극적 손해, 그리고 정신적 손해인 위자료의 3가지가 있다고 하고 있다. 그런데 적극적 손해나 소극적 손해액을 산정함에 있어서는 행위불법을 고려할 여지가 전혀 없으나, 정신적 손해액인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가해자의 행위불법을 고려할 여지가 있으며, 실무상으로도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가해자 요소를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016년 10월 20일 사법연수원이 주최한 ‘사법발전을 위한 법관세미나(민사)’에서도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을 최종적으로 확정하면서, 불법행위의 유형에 따라 위자료의 기준금액을 설정하고, 가해자의 행위불법적 요소를 고려해 가중된 위자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많은 손해배상사건을 처리하면서 느낀 점은 아직도 법원에서 손해배상액을 산정함에 있어서, 손해전보에만 치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도 너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도입이 쉽지 않은 현실에서, 손해배상액 산정에 있어서 발생하는 근원적인 불합리성을 부분적으로나마 보완할 수 있는 방안으로서 위자료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활용을 기대해 본다.

 

 

/박중용 산재·손해배상 전문변호사

서울회·변호사박중용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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