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반포한강공원을 지나 반포대로를 거쳐 사무실로 출근을 한다. 출근길은 여느 때나 다름없이 밀렸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세빛섬 근처에 커다른 막대사탕 모양의 풍선이 우두커니 서있었다. 그 풍선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C모 막대사탕이었는데 ‘나 여기 있소’라고 말하는 듯, 요즘 쓰는 말을 빌리자면 말 그대로 ‘시선강탈’이었다. 나에게 조금의 시간이라도 있었다면 반포한강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워서 그 풍선이 왜 서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출근길에 주차장에 차를 세워서 삼천포로 빠지기는 조금 그렇다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그 풍선이 철거되기 전까지 나는 그 풍선이 있는 곳으로 가지 못하였다. 그런데 얼마 되지 않아 나는 그 풍선이 왜 그곳에 서있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 풍선의 존재 의의를 알게 된 날은 바로 화이트데이였다. 사탕도 수많은 경쟁업체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요즘 같은 무한 경쟁 시대에서 존재감을 나타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은 사탕만이 아니다. 변호사를 사탕에 비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의 변호사들도 이러한 사탕과 같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법원 근처 지하철역에 내리면, 다양한 법무법인 내지 법률사무소 광고와 변호사 사진을 쉽게 볼 수 있고, 포털사이트에 법률용어를 검색하면 수많은 법무법인의 홈페이지나 블로그가 뜬다. 최근에는 의뢰인과 변호사를 연결해주는 애플리케이션이 개발되기도 하였고, 어떤 변호사는 자신의 출근길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인터넷에 올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특별히 광고를 하지 않아도 의뢰인들이 스스로 사무실을 찾아와 상담을 받아갔다곤 한다. 물론 현재도 변호사 수가 적은 도시에서는 의뢰인들이 직접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지만, 과거에 비하면 변호사 광고가 현저히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미 인지도가 높거나 자리를 잡은 선배 변호사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매우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년 변호사 수가 약 1500명 이상 배출되는 상황에서, 비교적 경력이 부족한 후배 변호사들은 생존을 위해서 광고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광고를 한 모든 변호사들이 효과를 보는 것은 아니다. 어떤 변호사는 공격적인 광고 전략을 통해 몇년 사이 매출을 급격히 올리는 반면에, 어떤 변호사는 사무실 유지는커녕 광고업체만 좋은 일을 시키는 형편이라고 한다. 이미 광고를 하고 있는 변호사들도 많고, 광고의 방법도 다양하기 때문에 광고효과에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보니 광고 방법이 점점 자극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고, 경우에 따라 변호사업무광고규정 위반으로 일부 변호사들이 징계를 받기도 한다.

앞으로 광고가 변호사에게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을 것으로 예상이 되고, 변호사들이 광고를 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이를 막는 것은 부적절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변호사들이 자신의 품위와 의무를 망각하고 변호사법이 허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광고를 하게 된다면, 변호사뿐만 아니라 법조계 전체에 대해 국민들의 신뢰가 무너질 것이다. 변호사의 생존방법이 된 광고가 법조계 전체에 대한 독약이 돼서는 아니 될 것이다.

 

 

/배상현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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