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4·3 보궐선거가 끝나자마자 전국 곳곳의 산불 소식이 올 4월을 잔인하게 한다. 특히 4월 4일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하여 속초, 강릉, 동해, 인제 등 강원도 지역을 휩쓴 대형 산불은 ‘국가재난사태’로까지 선포되어 ‘역대급 산불’이라고 한다.
필자는 지난 4일 밤 속초에 사는 지인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4일 저녁에 강원도 고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빠른 속도로 속초 시내까지 번졌는데, 불길이 어느 LPG 주유소 앞까지 번지자 그 바로 앞에서 소방차 2대를 세워놓고 불씨가 넘어오지 못하도록 저지하는 소방관들의 모습을 직접 목격하고 큰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조그마한 담뱃불에도 폭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주유소인데 거친 화마 앞에서 주유소를 지킨다는 것은 그야말로 목숨을 걸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고, 일반인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일이기에 사투를 벌이는 소방관들을 다시 보게 되었다고 했다.
이번 강원도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지역을 가리지 않고 전국에서 강원도로 달려온 소방차가 872대, 소방공무원이 3251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들의 희생적인 진화와 구조작업 덕분에 다행히 산불은 3일 만에 진화되었고 산불 규모에 비해 피해도 최소화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마 앞에서 밤새 호스를 놓지 않고 사투를 벌이며 주요 거점을 지켜낸 소방관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들이 인터넷을 타고 국민들에게 알려지면서 소방관들은 영웅이 되었다. 아울러 소방관들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함께 높아졌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은 소방관들의 오랜 염원이다. 2018년 7월 기준으로 전체 소방공무원 중 국가직은 631명(1.3%)이지만 지방직은 4만 9539명(98.7%)에 이른다. 이번 강원도 산불 진화를 위해 전국 각지에서 달려온 소방관들도 대부분 각 시·도 소방본부에 속한 ‘지방직 공무원’이다.
각 시·도의 재정여건에 따라 인력과 소방장비 상황도 제각각일 수밖에 없어 장비 부족은 물론 인력 충원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격무에 시달리는 지역이 많다고 한다.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통해 이러한 고충을 해소하고 국민안전 서비스 수준의 지역편차도 개선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강원도 산불처럼 대형 산불의 경우 타 지역의 신속한 공조를 위해서라도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이번 강원도 화재에 신속한 공조가 가능했던 것은 2017년 7월 소방청 개청 이후 대형 재난에 대해 관할지역 구분 없이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도록 하였기 때문이지만, 이를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군·경찰과 같이 국가안보, 국민안전을 담당하는 특정직 공무원은 모두 국가직으로 운영되고 있음을 상기해야 한다.
그러나 아직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개정안이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이제 국회가 대답할 차례다.
/김현성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동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