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드라마나 영화 또는 소설을 보면 거의 예외 없이 법조인이 악역으로 캐스팅되는 것이 트렌드가 된 것 같다.

최근 시청률 20%를 훌쩍 뛰어 넘을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모 케이블TV의 드라마 ‘스카이 캐슬’도 예외는 아니었다. 잘 나가던 검사 출신의 로스쿨 교수로 나오는 ‘차교수’도 피라미드의 정점만을 보고 달리는 속물근성 출세 지상주의자로 나온다.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 이렇게 법조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만연되어 있는지 참으로 안타깝고 법조인의 한 사람으로서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스카이 캐슬의 차교수가 이끄는 독서모임에서 교재로 언급한,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말한 것처럼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유전자가 생존하고 번성할 확률이 높은 것이 우주의 질서인지도 모른다. 생명체가 생존하고 번성한다는 것은 끊임없이 자기복제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고작 수만년 살아온 인류보다 몇 천배 몇 만배 더 오래된 바이러스가 아직까지 생존하고 끝도 없이 번성하는 건 바로 어떤 환경에서도 자기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같은 유기체만이 자기복제를 하는 것은 아니다. 인간의 사고방식이나 행동, 생존을 위해 터득한 지혜 등도 끊임 없이 자기복제를 되풀이 해, 널리 퍼지면 문화가 되고 전통이 된다(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에서 유전이 아닌 모방 등에 의해서 전달되고 복제되는 문화요소라는 의미로 ‘밈’(meme)이라는 용어를 만들어 냈다).

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드라마나 영화에 법조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지만, 등장하는 경우에는 정의의 사도이거나 최소한 선량하고 존경받는 배역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누군가 법조인도 사탄이 되지 말라는 법이 있느냐며 법조인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을 깼고 그 후에 그러한 생각은 한번, 두번, 네번 등 자기복제 되더니 이제는 사회에 만연하다. 드라마나 영화에 판사나 검사가 조폭이나 정치깡패와 손잡은 악마로 등장해도 누구하나 어떻게 판사나 검사가 저럴 수가 있느냐고 하지 않는다.

법조인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은 법조인에 대한 선망과 질시라는 숙주를 매개로 너무나 쉽게 자기복제 되어 사회에 만연해버린 것이다. 법조계는 사회를 지탱하는 최후의 보루이기에 법조인에 대한 불신이 만연되어 있는 사회가 오래 유지되기 어렵다는 것은 누구나 알 것이다.

진부한 얘기일지 모르지만, 이제부터라도 법조인은 정직하고 믿을만하다는 것을 제일 가까운 가족과 이웃에게부터라도 보여주어야 한다.

우리 인간에게도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있어 얼마든지 ‘밈’이라는 마인드 바이러스를 만들어 내고 복제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오늘은 점심을 먹으며 ‘강철중 검사’나 ‘조들호 변호사’에 관한 얘기를 나눠보면 어떨까.

 

 

/윤상일 변호사

서울회·서울종합 법무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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