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이나 다른 용무로 서울에서 친한 변호사들이 내려오면 열이면 아홉 하는 말들이 “어우, 나는 여기서 못 살겠다”는 것이다.

다들 사는 게 바쁘다 보니 자주 오지는 못하고, 어쩌다 오게 되면 짬을 내어 식사와 차를 함께 하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그들은 필연적으로 청주 법원·검찰가의 좁은 동네에서 오다가다 우리가 동네 선후배님들 또는 법원·검찰 분들과도 인사를 무시로 주고받는 모습을 목격하고 놀란다. 음식점이나 커피숍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곳이 그곳이니 우리는 사장님들과도 가까워지지 않을 수 없고, 늘 반갑게 인사를 하는데, 외부인들이 보기에 이처럼 눈만 마주치면 인사를 해대는(?) 상황이 매우 생경하고 놀랍게 다가온 것이다.

그들은 “이곳 분들은 정말 다 친하게 지내시는 것이냐, 보는 눈이 많으면 행동이 조심스럽지는 않냐”라고 묻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고, 어려웠던가. 나는 2013년 범죄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로 청주에 와서 피고인을 변호하는 변호사들과는 다소 대립하는 입장에 서는 경우가 많았고, 아무래도 대한법률구조공단에 속해 있어 지방변호사회 변호사들을 자주 뵐 일이 없기는 했다.

그러다 2016년 청주에 개업을 하고 이곳 변호사님들을 자주 뵙고 충북에 애착을 갖게 되자, 선배 변호사님들은 스스럼없이 마음을 열고 후배를 안아주셨다. 청주에 연고 하나 없던 나는 그렇게 자연스럽고 빠르게, 정 많은 이곳에 스며들었다. 이곳은 변호사 수가 적은 만큼 서로 간 교류가 잦다 보니, 외부인의 말처럼 보는 눈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그만큼 서로 간의 정이 깊어질 기회도 많았던 것이다.

같은 맥락으로 이곳의 특성을 또 하나 이야기해보면, 다른 지방변호사회처럼 충북지방변호사회에도 다양한 동호회가 있는데, 다 그 사람이 그 사람인 것 같지만, 이리 저리 교집합을 따져 보면 청주에 계신 변호사들을 거의 다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이랄까. 나도 그렇지만 기존 구성원들이 새로운 구성원을 끌어들이는데 상당히 적극적이고 벽이 없는 편이라 어느 날 가보면 새로운 변호사가 와 계시고, 어느 날은 또 내가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있고 그런 식인 거다. 심지어 나의 배우자는 변호사가 아닌데도 이미 몇 년째 유니폼을 입고 FC충변과 함께 풋살을 즐기고 있기도 하다.

현재 충북지방변호사회에 속한 변호사 수는 약 170명이고, 청주에서 일하고 있는 변호사 수는 약 130명이다. 변호사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법조시장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으니 언제까지 충북의 변호사들이 지금과 같이 사람 사는 냄새를 유지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연고가 없는 나를 포근히 안아주고, 지금도 새로이 이곳에 온 변호사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따뜻한 전통이 조금은 더 오래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박아롱 변호사·충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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