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2018. 7. 12. 선고 2017다249516 판결 -

1. 사안의 요지

2003년 5월 30일 A는 보증기관과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한 후, 보증기관으로부터 신용보증서를 발급받았다. 같은 날 위 신용보증서를 근거로 금융기관과 기업구매자금대출 약정을 체결했다.

2006년 5월 25일 B는 A와 실제 거래를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A에게 발행금액 1억 7123만 7000원의 세금계산서를 발행해주었다.

2006년 6월 5일 A는 B가 발행해준 위 세금계산서를 근거로 금융기관에 기업구매자금대출을 신청했다. 같은 날 금융기관은 A와 B 사이에 실제 거래가 있다고 판단하여 기업구매자금대출을 실행한 후 B 명의 계좌로 1억 7123만 7000원을 입금했고, B는 위 구매자금대출금 1억 7123만 7000원을 입금받자마자 그 대출금을 A에게 다시 송금했다.

2006년 10월 25일 A는 금융기관에 기업구매자금대출 채무를 변제하지 못했고, 이에 보증기관이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A를 대위하여 금융기관에 보증금을 지급했다. 그런데 2015년경 보증기관은 A가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근거해 기업구매자금대출을 신청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고, 2015년 5월 26일 보증기관은 A와 B, A의 대표이사 C, B의 대표이사 D를 상대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의 소를 제기했다.

 

2. 원심 판단의 요지

제1심은, 실제 거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B가 A에게 허위의 세금계산서를 발급했고, 이로 인하여 보증기관이 보증금 상당의 손해를 입었으므로 A, B, C, D는 공동하여 보증기관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항소심에서는 “피고들(A, B, C, D)이 공모하여 B 발행의 허위 세금계산서 등의 서류를 이용하여 금융기관으로부터 기업구매자금대출을 받아 그 대출금을 편취했더라도, 원고(보증기관)에게 발생한 대위변제금 상당의 손해는, A가 금융기관에 위 대출금을 변제하지 아니하여 원고가 이 사건 신용보증약정에 따라 보증인으로서 이를 변제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지, 위 사기대출 그 자체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므로, 원고에게 발생한 손해와 위 사기대출 사이에는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라고 판단하며 제1심 판결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3. 대법원 판결의 요지

대법원은 ① 이 사건 기업구매자금대출은 원고(보증기관)의 보증에 기반하여 이루어진 것이고 B 발행 세금계산서만으로 대출이 이루어졌다고 보기 어려운 점, ② 금융기관이, A의 이 사건 기업구매자금대출신청에 결부된 B 발행의 이 사건 세금계산서가 실물거래가 없는 허위임을 알았다면, A에게 대출을 실행하지 않았을 것임이 분명한 점, ③ B 발행 세금계산서가 실제 거래행위가 존재하지 않는 허위임에도, A가 2006년 6월 5일 이 사건 기업구매자금대출을 신청하여 대출금을 받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는 점, ④ 기업구매자금대출의 구조나 절차를 감안했을 때 피고들은 대출금 편취행위로 인해 금융기관 또는 보증기관에게 손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이에 원고의 손해와 피고들의 대출사기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하며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했다.

 

4. 대법원 판결에 대한 해설

현재 이 사건과 같이, 기업구매자금대출 이용한 대출사기가 여러건 발견되었고, 보증기관은 구매기업 및 판매기업, 각 기업의 대표자들을 상대로 다수의 소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하급심에서는 보증기관의 손해와 피고들의 편취행위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하여 엇갈린 판단을 하고 있었다. 대상판결은 이와 같이 하급심에서 서로 다른 판결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적 쟁점을 정리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또한 대상판결은, 보증인이 보증계약에 따라 채권자에게 보증금을 지급한 것이라 하더라도, 경우에 따라 보증인이 채무자에 대하여 직접적으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대상판결은 모든 경우에 보증인의 채무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것이 아님을 유의해야 한다.

이 사건의 경우, A가 금융기관과 기업구매자금대출 약정을 체결하기 전, 보증기관과 신용보증약정을 체결했고, 보증기관의 신용보증서가 없으면 A가 기업구매자금대출을 이용할 수 없었다는 구조와 절차의 특징이 있다. 또한 이 사건 보증기관의 신용보증서에는 실제 물품 또는 용역대금 결제를 위한 기업구매자금대출 채무에 대해서만 보증금을 지급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기재되어 있었고, 만약 보증기관이 A, B, C, D가 허위의 세금계산서에 근거하여 기업구매자금대출을 신청하지 않았으면 보증금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대상판결은, 보증인의 손해와 채무자의 불법행위 사이 인과관계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는 사안에서 참고할 만하다 할 것이다.

 

 

/배상현 변호사

서울회·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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