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사건을 많이 다루는 법률사무소로 이직을 했다. 첫 이직이기도 했지만 형사사건을 많이 다룬다는 점에서 이전 사무실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출근 첫날부터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 나에게 어미 새와 같은 ‘선배 변호사님’이 있었다.

입사 첫날 선배 변호사님은 나를 데리고 같은 층을 쓰고 있는 이웃 변호사 사무실을 하나하나 방문하며 새로 오신 변호사라고 소개를 해 주셨다. 전임자 기록들을 인계해주시면서 우리 사무실에서 기록을 편철하는 법이나, 결재 시스템에 대해서도 상세히 알려주셨다. 더불어 입회용으로 쓰기에 좋다며, 본인이 가장 애용한다는 노란색 예쁜 수첩까지 선물해주셨다. 이러한 크고 작은 배려 덕분에 긴장 속에서도 조금씩 마음이 풀어질 수 있었다.

사무실에 조금씩 적응을 하던 중, 선배 변호사님의 갑작스런 외조모 상으로 변호사님이 진행하던 사건을 내가 중간부터 진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진행 중인 사건을 도중에 받았지만 예상 외로 조금도 혼란스럽지 않았다. 증거자료마다 설명서가 첨부되어 보기 좋게 정리가 돼 있었고, 빈틈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이 모든 증거들이 제시돼 있었다. 갑자기 상을 치르느라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전화상으로 대표님께 결재 받아야 할 부분까지 디테일하게 내게 알려주셨다. 나는 사건을 함께 진행하였지만, 배움이 더 컸다. 참으로 ‘선배님’이구나 하고 감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은 나도 이전 사무실에서는 ‘선배 변호사’였었다. 하지만 그동안은 선배 변호사의 롤에 대해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문득 나는 선배 변호사로서 역할을 잘해냈었는지 자꾸만 의문이 들었다. 지금은 아기 새이지만, 내 자리에서 내게 주어진 일을 조금 더 힘써 잘해내고, 더불어 주변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까지 생긴다면, 그때는 나도 선배 변호사님처럼 꽤 멋지게 잘 자라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안수지 변호사

서울회·오세인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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