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시대에 창의성과 독창성이 구비된 벤처기업 육성은 미래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매우 절실하다. 이는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더없는 대안이기도 하다. 문제는 자금조달에 달려 있는데, 아직도 기존 대다수 금융기관들은 매출액이나 외형에 따라 대출을 해주는 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기술력을 밑천으로 하는 벤처창업가들이 맞닥뜨리는 금융기관의 담벼락은 높기만 하다. 그리하여 청년실업가들은 통상 주당 5000원으로 평가하여 설립한 주식이 전 재산인 경우가 많고, 당장 자금 조달이 급하니 이 주식을 담보로 맡기고 사채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다. 문제는 이 사업이 성공해 대박을 이뤘을 때 발생한다.

일단, 회사 성립 후 6개월이 지나도록 주권이 발행되지 않아 주권 없이 채권담보를 목적으로 체결된 주식양도계약은 바로 주식양도담보의 효력이 생기고, 양도담보권자는 대외적으로 주식의 소유자가 된다(대법원 1995. 7. 28. 선고 93다61338 판결). 양도담보권자인 채권자는 이를 악용해 담보로 맡긴 주식을 채무자 동의 없이, 성장된 기업의 가치를 반영해 발행주식가액의 수십배의 가액으로 이를 제3자에 처분하거나, 위 주식의 원상회복을 조건으로 고율의 이자를 채무자에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후자는 이자제한법으로 형사고소하거나 과지급된 이자 상당을 부당이득으로 회수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나, 전자와 같이 양도담보된 주식을 제3자에게 이미 처분한 경우는 제3자와의 관계에서 위 주식처분의 법적 효력을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판례에 의하면 ‘채권의 담보목적으로 주권미발행 기명주식을 양도하면서 변제기를 도과하면 채권자가 임의로 주식을 처분하여 대여금에 충당하기로 약정한 경우, 변제기가 지나자 주식을 자신에게 귀속시킨 후 제3자들에게 양도해 경영권분쟁이 발생한 사례’에서, 원심은 채권자의 주식귀속은 적법하다고 판시하였다. 대법원은 “이 사건 차용계약은 변제기가 도과한 경우 담보물의 처분이나 귀속에 관한 약정만 있을 뿐 그 정산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약정이 없으므로 이는 정산절차를 요하는 ‘약한 의미의 양도담보’로 추정함이 상당하다. (중략) 채권자에게 주식이전의 효력이 발생하기 위해서는 담보목적으로 양수한 주식을 적정한 가격을 평가한 후 그 가액으로 피담보채권의 원리금에 충당하고 그 잔액을 반환하는 등 정산절차를 마쳐야 한다”라고 판시한다. 또 이러한 정산절차를 거치지 않은 주식처분은 부적법하다는 취지로 파기 환송한 바 있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다14433 판결 참조). 그러므로 정산절차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처분된 주식양도는 효력이 없고 채무자인 벤처창업자는 악덕채권자에게 원리금 상당만 변제하면 주식을 되찾을 수 있고 경영권을 지킬 수 있다. 이는 무단주식양도로 명의개서가 이미 이뤄진 경우도 동일하다. 상법은 주주명부의 효력을 회사에 대한 대항요건(제337조 제1항)으로 정하고 있을 뿐 주식이전의 효력발생요건으로 정하고 있지 아니하므로 명의개서여부에 따라 주주의 운명이 갈리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대법원은 지금까지 변제기 이후 정산절차 없이 부동산담보권 실행을 한 경우에 형사상 배임죄 구성은 어렵다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대법원 1985. 11. 26. 선고 85도1493 판결). 그러나 양도담보권자의 정산의무는 해석상 배임죄의 구성요건으로서 타인의 사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는 점과, 악덕 (주식)양도담보권자에게 경종을 울리고 선의 피해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시대적 책무를 감안할 때, 정산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양도담보권자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재검토돼야 할 것이다.

 

 

/양진영 회사법 전문변호사

경기중앙회·법무법인 온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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