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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너는 손톱에 때만큼도 몰라”
안성열 내일신문 기자·변호사  |  son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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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1호] 승인 2019.03.25  09:4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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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기야, 너는 손톱에 때만큼도 몰라.”

고 장자연씨가 장자연 사건과 리스트의 유일한 목격자인 윤지오씨에게 자주 한 말이다. 어쩌면 우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말일지 모른다. 연예계뿐 아니라 대한민국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성범죄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윤씨의 저서 ‘13번째 증언’에는 당시 권력층의 성범죄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져 있다. 윤씨는 소속사 대표 K에게 불려나갔던 어떤 생일파티를 회상한다. 이날 윤씨는 생일파티 주인공이었던 한 남성에게 처음으로 성추행을 당했다. 화가 난 윤씨가 “왜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지 모르겠어. 나이도 많은 아저씨가 딸 같은 사람한테 무슨 짓을 하는거야”라고 말하자, 장씨는 “애기야, 넌 진짜 손톱에 때만큼도 몰라”라고 말한다.

윤씨가 목격한 장씨에 대한 성추행은 더 심했다. 어느 날 K와의 술자리에 참석한 한 남성은 “활짝 핀 꽃보다 꽃봉오리가 좋다”며 장씨를 강제로 무릎에 앉혀 성추행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누구도 이 남성을 말리거나 그의 행동을 문제삼지 않았다. 이날 장씨는 윤씨에게 또 다시 “너는 손톱에 때만큼도 몰라”라고 했다. 이들은 모두 연예업계나 언론계 등에서 유력한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잇따른 소속사 대표 K의 접대강요, 반복되는 욕설과 구타를 견디지 못해, 2009년 3월 “저는 나약하고 힘없는 신인배우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는 글을 남기고 장씨가 떠난지 벌써 10년이 흘렀다. 윤씨는 ‘장자연 리스트’에 대해 “이름들이 쭉 나열돼 있는 페이지가 한 페이지가 넘어갔는데 영화감독, 국회의원, 언론계 종사자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강제추행으로 재판에 넘겨진 사람은 단 한명뿐이다.

장자연 사건의 실체가 밝혀지더라도 관련자들의 공소시효가 대부분 만료돼 처벌이 어렵지만 진실을 밝히는 것은 처벌을 위한 것만이 아니다. 석연치 않았던 검찰의 수사과정과 축소은폐 의혹의 명명백백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똑같은 일이 또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최근 법무부 과거사위원회가 대검 진상조사단의 활동기간을 2개월 연장해 진실을 끝까지 파헤칠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2017년 12월 출범한 이래 과거사위는 현재까지 15개월 동안 47차례 회의를 진행하며 현재까지 11건의 조사 및 심의를 완료하는 등 최선을 다해 왔지만 장자연 사건에 대해서만큼은 큰 진전을 보이지 못했다. 이번 활동기간 연장으로 진상조사단이 장자연 사건의 진실에 최대한 다가가길 기도한다.

최근에는 장자연 사건의 진실을 밝히길 갈망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60만명을 넘기도 했다. 진상조사단이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길 바란다.

/안성열 내일신문 기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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