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형사기록 전자화 요구 증가

검찰의 수사기록 열람·등사 방식이 피고인 변론권과 변호인 방어권을 침해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개선방안으로 형사기록 전자화가 논의되고 있다.

윤종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지난 16일 판사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형사기록을 전자화하자”고 주장한 사실이 알려졌다. 윤 부장판사는 “수사 기관은 개인이 만들 수 없는 기록을 단기간에 만들 수 있고, 1인이 정해진 기간 내 숙독하기 불가능한 기록을 만들 수 있다”며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이 보장되려면 변호인이 수사 서류를 숙독해야 하는데 검사가 만든 증거 서류를 재판부가 읽는 것만으론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소위 ‘트럭 기소’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있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 대한 수사기록은 각 17만쪽, 20만쪽에 달한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기록도 각 12만쪽, 8만5000쪽이다.

검찰은 대거 인력을 투입해 수사자료를 만들 수 있다. 반면 변호인들은 방대한 수사기록으로 변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또한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피고인과 변호인 등은 자신과 관련한 수사기록 등 형사기록을 열람·복사할 권리가 있지만, 검찰은 ‘검찰보존사무규칙’에 근거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이러한 열람·등사를 거부 또는 제한하고 있다.

한 중견 변호사는 “검찰청 복사실에 직원들이 대기해 복사하는 것을 보면 쟁기 가는 황소를 보는 듯 안쓰럽다”면서 “시간과 비용이 너무 낭비된다”고 비판했다.

현재 서울 지역에서는 형사소송 전자화가 시범 실시 중이다. 변협은 이를 확대해 전면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변협은 지난 2017년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금태섭 의원실에 제안해 발의한 바 있다. 아울러 열람·등사권 보장도 대검찰청과 경찰청에 계속 요구하고 있다.

 

 

/김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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