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심판 국선대리인 운영규칙 제정(안)이 지난 6일 입법예고 되었다. 해당 안은 제정 필요성으로 ‘사회·경제적 약자가 지식재산을 충분히 보호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는 점을 들고 있다. 특허 관련 분야의 약자를 돕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언뜻 정당해 보인다.

위 제정(안)은 핵심 내용은 약자를 돕기 위한 방법으로 국선대리인 자격 한정이 필요하다는 부분이다. 즉 위 안이 시행되면 특허심판 국선대리는 변리사법 제5조 제1항에 따라 등록된 변리사만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미 특허심판 대리는 특허청으로부터 대리인코드를 부여받은 등록 변리사만 가능하다. 전반적인 소송대리권을 지니고 있는 변호사라 할지라도 특허청에 등록하지 않았다면 특허심판 대리를 하지 못한다. 소송전문가인 변호사를 배제한 채 심판, 소송 대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식재산권 약자가 오히려 손해를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현행 특허소송은 특허심판, 특허법원, 대법원이 각 1, 2, 3심 역할을 한다. 그런데 1심인 특허심판에서 소송전문가인 변호사의 조력을 받지 못한다면, 제대로 된 1심을 진행하기 어렵고, 결국 특허법원인 2심에서 당초 1심에서 다퉈야 할 사항을 새롭게 펼쳐놓아야 할 수 있다.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것을 두 번에 나누어서 하는, 전형적인 낭비 사례다.

나아가 이 안은 사실상 1심인 특허심판에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다는 점에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는 위헌적 요소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2년 특허침해소송에서 소송대리는 변호사 고유의 영역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2004년에도 “(소송영역은) 법률지식과 공정성, 신뢰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직업윤리를 갖춘 변호사에게 법률사무를 맡김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하고 사회정의를 실현할 수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특허심판 국선대리인으로 등록변리사만을 한정한 규정은 특허심판 영역이 변리사 고유의 업무이고, 나아가 변리사도 소송대리가 가능하다는 점을 명문화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사회·경제적 약자의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다면, 국선대리 자격을 소송전문가인 변호사로 한정하는 방안이 오히려 더 타당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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