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 역사는 오래 전부터 다양한 재난으로 점철돼 왔다. 비단 고대 로마시대 화산폭발로 사라진 폼페이 도시 전설뿐만 아니라 자연재해와는 거리가 멀 것 같은 제네바 또한 6세기경 제네바 호수에서 발생한 16미터에 이르는 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전해진다.

과학 기술이 발전한 근래에도 지구촌은 2004년 동남아 쓰나미 피해,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그리고 지난해 9월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강진과 쓰나미 등 여전히 대규모 피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전세계적으로 재난으로 인한 경제적 손실 또한 지난 10년간 1조 400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재난 대비와 극복을 위한 국제사회 공동 노력이 중요해지면서, 국제사회는 1999년 제네바에 ‘유엔 재난위험경감사무국(United Nations Office for Disaster Risk Reduction : UNISDR)’을 설립해, 유엔을 중심으로 공동 대응의 기반을 마련하게 된다.

UNISDR은 세계 인도주의 수도라 불리는 제네바에 자리하면서, 유엔 사무총장이 임명한 특별대표를 중심으로 100여명이 조금 넘는 인원을 가진 유엔사무국 내 작은 기관이지만, 실제로는 재난 경감을 위한 국제협력 및 활동을 총괄하고 이를 위한 국제사회 네트워크 구축이라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오고 있다.

여기서 재난위험의 경감은 기존의 재난 관리(management), 완화(mitigation), 대비 등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재난과 연계된 여러 요소의 체계적인 분석을 통한 위험 감소 노력을 의미한다. 특히, 최근 쓰나미나 지진과 같이 반복되는 재난에 대해 사후적 대응보다는 근본적인 재난 피해 예방과 조기경보 및 대비태세가 가지는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국제사회는 2015년 채택된 ‘센다이프레임워크(2015-30)’의 이행을 위한 ‘글로벌 플랫폼 회의’를 정부는 물론 의회, NGO, 학계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자 참석 아래 2년 주기로 개최해오고 있다. 2017년 고위급 인사 등 4000명 이상이 참석한 칸쿤 회의에 이어 금년 5월에는 제네바 글로벌 플랫폼 회의의 개최가 예정돼 있다.

한편, 우리나라는 세계 재해경감 분야의 역내 선도국으로 발전하기 위한 차원에서 주변국과의 유치 경쟁 끝에 2009년 인천 송도에 UNISDR 동북아사무소 및 국제교육훈련연수원을 마련하고, 이를 통해 동북아 5개국 기후변화 적응을 위한 협력체계 구축 지원은 물론 전세계 정부 및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연간 수백여명이 참석하는 재난경감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해오고 있다.

UNISDR이 환경악화를 재난의 원인이자 결과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도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에 적극 대응해나가기 위해 ‘재난안전관리기본법’ 개정을 통해 미세먼지를 재난의 범위에 포함시키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한편, 지난해 전세계 자연재해로 인한 총 사망자 1만명 가운데 북한 내 사망자가 237명으로 전체 9위 규모를 차지했다는 점에서 향후 인적물적 피해가 심각한 북한 지역에 대해 국제사회와 공동으로 재난위험경감 사업의 추진 가능성을 모색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를 볼 때 우리 입장에서도 금년 5월 개최되는 제네바 글로벌 플랫폼 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 공동의 재난경감 노력의 활용 방안이 더욱 유용한 시점이라 할 것이다.

 

 

/홍승태 주제네바대표부 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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