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와 법학전문대학원 출신 변호사의 기나긴 감정싸움을 마치고 모두가 화합해 어려워진 법조시장을 같이 헤쳐 나가기를 바란다.

지난 1월 31일부터 2월 1일 사이 실시된 대한변협 대의원 선거 결과가 나왔다. 필자가 출마한 서울 제28선거구는 대의원 6명이 배정됐는데, 대의원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가 12명이나 됐다. 또한 서울 제28선거구 전체 유권자 395명 중 95명(투표율 24.05%)이 투표를 한 터라 후보자 그 누구도 당선이 될 보장이 없었다. 대의원 선거 결과는 투표 마지막 날 밤늦게서야 나왔고, 투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내심 반포기 상태였다. 그러나 여러 동료 변호사 지원 덕에 필자는 운이 좋게도 대의원에 당선이 될 수 있었고, 다수의 변호사들을 대표해 총회에서 표결을 할 권리를 부여받게 됐다.

투표 결과 당선된 대한변협 대의원 439명 중 과반수인 301명이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법전원’) 출신 변호사라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역대 대한변협 집행부에서 상대적으로 차별을 받아왔다고 생각했던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입후보해 이와 같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사법연수원 출신 파트너 변호사 중 한 분은 대의원 선거 결과를 보고, “이제 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이 소수자가 된 것 같다”라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 농담이 사실인지 여부를 떠나서, 현재 법전원이 도입된 지 10년이 지났고 변호사시험을 합격한 합격자만 약 1만명이 넘었다. 소수자라는 개념이 단순히 규모의 개념이 아니기는 하지만, 법전원 출신 변호사가 1만명이 넘은 상황에서 더 이상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을 소수집단으로 분류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불과 몇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법전원 출신 변호사 수는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당시 대다수 선배 변호사들이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법전원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탓인지, 법전원 출신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사이에 차별이 존재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법시험이 폐지되고 변호사를 배출하는 통로가 법전원으로 일원화됨에 따라 법전원 출신 변호사 비율이 급격하게 증가했고,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이 지속적으로 차별 철폐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 많은 사법연수원 출신 선배 변호사들도 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덕에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와 법전원 출신 변호사’ 또는 ‘법전원 출신 변호사와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사이 대립과 차별이 줄어든 분위기다.

별 다른 일이 없으면, 앞으로 몇년만 지나더라도 법전원 출신 변호사 수가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수보다 많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법전원 출신 변호사 목소리가 보다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법전원 출신 변호사의 수가 늘어나면서 반대로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고, 대한변협이나 지방회 선거를 할 때에도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 유권자 비율이 줄어들어서 그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안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이 조직적으로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역차별 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많은 사법연수원 출신 선배 변호사들이 법전원 출신 변호사에 대한 차별의 시선을 거뒀듯이, 법전원 출신 변호사들도 대규모 집단이 됐다고 해서 사법연수원 출신 변호사에 대해 차별을 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현재 법률시장은 변호사 수 증가와 유사직역의 법률 사무 침탈 등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더 이상 출신 문제를 두고 같은 집단에 있는 변호사들끼리 비난하고 다투는 것은 불필요한 소모적 감정싸움이고, 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를 해결하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해년 새해부터는 변호사들끼리 출신을 두고 서로 싸우는 것을 그만두고 모두가 화합해 어려운 법률시장의 문제를 해결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배상현 변호사(서울회·법무법인 정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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