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UN CERD) 제97차 세션 참가 후기 -

1. 대한변협 국제특별위원회 위원으로 파견

우리 정부는 2018년 UN 인종차별철폐위원회(Committee on the Elimination of Racial Discrimination, 이하 ‘UN CERD’) 심의를 받았다. 대한변협은 비정부단체로 위 심의에 참가할 수 있는데, 나는 협회 국제인권특별위원회 위원으로서 손영현 변호사님, 최윤정 변호사님과 위 심의과정에 파견됐다.

 

2. 심의위원회 참가 전 : 인종차별에 관한 보고서 제출

비정부단체들은 심의 참가 전 심의 대상 국가의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보고서를 제출할 수 있다. 나는 출입국관리법상 보호 조치 문제에 대해 영문 보고서를 제출하면서 위 조치가 외국인들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3. 스위스 제네바 도착 : 열정을 다 했던 심의 준비 과정

우리 파견단은 2018년 12월 1일 저녁, 스위스 제네바에 도착했고, 여독이 풀릴 틈도 없이 당장 그 다음날부터 심의 과정 준비에 들어갔다. 심의 위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보고서 요약문을 다시 영어로 작성하고, 인포멀 미팅(Informal meeting, 비정부단체가 발언할 수 있는 시간)에서 발언할 발표문을 만들었다.

 

4. 우리 의견이 심의 과정에서 언급되는 순간!

2018년 12월 3일 Palais Wilson UN OHCHR에서 UN CERD 제97차 세션이 열렸다. 그날 오전 인포멀 미팅에서는 우리 파견단 3명과 47개의 비정부단체 연합 대표로 참석한 7명이 난민, 이주 여성, 이주 아동, 이주 노동, 미디어의 인종혐오 발언, 헌법상 평등권, 출입국법상 보호 조치 문제 등에 대해 발언했다.

같은 날 점심에는 런치 브리핑(Lunch Briefing) 시간이 주어져 심의위원들을 초대했다. 우리 파견단은 인종혐오범죄 보도 뉴스와 난민반대집회 동영상을 상영했고, 위원들로부터 매우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얻었다. 특히 Cali Tzay 위원은 오후 세션에서 위 동영상에서 나온 인종혐오 발언을 인용하며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오후에는 정부(외교부, 법무부 등 6개 부처)가 2012년 UN CERD 권고안 이행 보고를 했고, 심의위원들은 난민, 고용허가제, 인종혐오범죄, 미등록 이주 아동, 이주 여성 차별 등에 대해 전 방위적인 질문을 했다. 심의위원들의 뜨거운 관심으로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2018년 12월 4일 오전에는 정부가 전날 심의위원들로부터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했다. 비정부단체들은 발언 기회는 없었으나, 정부의 답변에 대해 심의위원들에게 이메일로 실시간 피드백을 할 수 있었다.

나는 출입국 보호법상 보호, 헌법상 평등권, 이혼 후 결혼 이민 비자의 연장 가능성, 외국인들의 건강보험 가입율 문제 등에 대한 여러 문의에 이메일로 피드백을 했으며, 한 심의위원이 외국인들의 건강 보험 문제에 관해 언급함으로써 우리 의견이 심의 과정에 실시간으로 반영되는 것을 목격할 수 있었다.

 

5. 심의위원들과의 만남 - UN CERD와의 네트워킹 초석 마련

우리 파견단은 심의 종료 후, 위원들과 면담 시간을 가졌다. 1992년 위안부 문제에 대해 UN 보고서를 작성했고, 이번 심의 담당이었던 McDougall Gay 위원과 면담에서 우리 나라 인종차별 문제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느낄 수 있었다. IZS-K-NDIAYE Rita 위원과 DIABY Bakari Sidiki 위원과도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IZS-K-NDIAYE Rita 위원은 기회가 된다면 대한변협에 방문해 소수자 인권 등에 대해 강연을 하겠다고 했다. DIABY Bakari Sidiki 위원은, UN 조직에 대해 궁금한 점이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하라고 했다.

 

6. 최종 보고서에 우리가 제기한 문제에 대한 시정권고가 반영되다!

우리 정부에 대한 UN CERD 권고안은 2018년 12월 14일 배포됐는데, 우리 파견단에서 지적한 모든 문제가 권고안에 포함됐다. 실제 우리가 제기한 문제가 권고안에 그대로 반영된 것을 보면서 그야말로 감개무량했다.

 

7. 마치면서

UN CERD 심의는 입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통로이며, 우리 변호사들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절실히 깨닫게 됐다. 앞으로 변호사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해 진정한 평등사회를 이룩하는 데 일조하기를 기대해본다.

 

 

/황윤정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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