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인의 충분한 조력을 받을 권리 침해는 곧 변론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 검찰이 2016년 B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한 데 이어, 2017년 11월과 이번달 3일에는 A 법무법인을 압수수색했다.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등 사정기관이 기업을 대리한 로펌이나 기업 법무팀을 압수수색하는 사례도 늘고 있는데 이는 결국 변호인들의 변론권이 침해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변호사는 의뢰인의 비밀을 유지할 의무가 있다(변호사법 제26조). 이를 위반해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하면 업무상비밀누설죄로 처벌되며(형법 제317조 제1항),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으로 의뢰인의 비밀에 관한 것은 압수를 거부할 수 있고(형사소송법 제112조 본문), 또한 증언을 거부할 수 있다(동법 제149조 본문).

문제는 현행 형사소송법에 있다. 의뢰인의 비밀이라 할지라도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압수·증언을 거부할 수 없고, 특히 압수 거부의 대상을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으로 한정하고 있어, 변호인 또는 의뢰인이 보관하고 있는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법률자문 관련 자료는 압수를 거부할 수 없다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 제12조 제4항은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고 여기의 변호인의 조력은 ‘충분한 조력’을 의미한다(91헌마111). 변호인의 조력을 충분히 받기 위해서는 변호인과 의뢰인 사이의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중대한 공익상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또 ‘업무상 위탁을 받아 소지 또는 보관하는 물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압수에 응할 수밖에 없다면, 결국 의뢰인의 입장에서는 변호사에게 진실을 공개하는 데 주저하게 될 것이고 변호인은 제대로 된 변론을 할 수 없을 것이다.

현재 미국은 ‘변호사직무에 대한 모범규칙’에서 의뢰인의 “사망이나 중대한 신체상해를 방지하기 위한 목적”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에만 의뢰인의 비밀을 공개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참고할 만한 입법이다. 나아가 변호사법에 변호인의 비밀유지를 권리로서 명문으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위법수집증거’로서 증거능력 자체를 부정하도록 하여야 제대로 된 변론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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