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단식’과 ‘복식’ 과정 중에 있다. 하루 두끼 열흘, 하루 한끼 열흘, 본 단식 열흘을 목표로 세웠고, 이에 도달한 이후 현재는 복식 혹은 보식 중이다. 알코올과 고기, 유전적인 요인 때문에 혈액 관련 질병인 고혈당, 고혈압, 고지혈증을 달고 살다보니 몸이 늘 피곤했는데, 한달 동안 절식과 단식을 통해 맑은 정신과 깔끔한 몸을 가지게 되니 날아갈 듯하다. 아침저녁으로 소요해도 정신이 맑고 엄숙하다. 이제는 뇌의 영양보충을 위해 절주를 하고 독서를 다시 시작해야겠다.

독서를 위한 마음잡기에 참고해야 할 내용으로는 ‘정약용(1762~1836)’과 제자 ‘황상(1788~1863)’의 대화에 이런 문구가 나온다.

“배우는 사람에게는 큰 병통이 세 가지 있다. 첫째, 외우는 데 민첩한 사람은 소홀한 것이 문제다. 둘째, 글 짓는 것이 잽싸고 날래면 글이 들떠 날리는 게 병통이다. 셋째, 깨달음이 재빠르면 거친 것이 폐단이다. 대저 둔한데도 계속 천착하는 사람은 구멍이 넓게 되고, 막혔다가 뚫리면 그 흐름이 성대해진단다. 답답한데도 꾸준히 연마하는 사람은 그 빛이 반짝반짝하게 된다. 천착은 어떻게 해야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뚫는 것은 어찌하나? 부지런히 해야 한다. 연마하는 것은 어떻게 할까? 부지런히 해야 한다. 네가 어떤 자세로 부지런히 해야 할까? 마음을 확고하게 다잡아야 한다.”

독서의 방법이나 실천에 참고할 것으로는 임성주(1711~1788)의 ‘녹문집’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새벽에 잠깨면 ‘논어’ 본문 한편을 묵묵히 외운다. 아침에 앉아서 다시 앞서 외운 ‘논어’ 가운데 의심나는 곳을 찬찬히 살핀다. ‘주역’ ‘계사’의 한장 또는 두세장씩을 힘 닿는 대로 읽는데, 30번씩 읽는다. 밥 먹은 뒤에는 ‘주자대전’ ‘주자대전차의’ 그리고 ‘고증초고’를 자세히 따져가며 읽고, 몇쪽씩 베껴 쓴다. 피곤하면 눈을 감고 고요히 앉는다. 어떤 때는 ‘남헌집’을 몇쪽 뒤적여 본다. 아침식사 전에 읽은 횟수가 30번을 못 채웠으면, 추가로 읽어 그 수를 채운다. 저녁밥을 먹은 뒤에는 등불을 밝혀놓고, ‘계사’를 열번씩 줄줄 읽는다. 또 밤마다 지금까지 읽은 것을 한 데 합쳐 외우고, 날마다 읽은 것을 되풀이 음미한다.”

책읽기로 시작해서 책읽기로 끝나는 하루다. 옛 선비들은 이렇게 한겨울에는 산사나 궁벽한 암자로 찾아들어가 독서로 엄동설한을 났다. 벗들과 짝을 지어 서로 독려하며 공부하기도 했다. 이 때 임성주는 한겨울 독서의 목표를 ‘논어’와 ‘주역’ ‘계사’ ‘주자대전’에 두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한번 산속에 들어갈 때마다 독하게 뚝심으로 공부를 했다.

우리는 변호사로서 법률문제를 업으로 살아가야 하니, 윗글에 ‘논어’를 ‘대법원판례’로 바꾸고, ‘주역’을 ‘사실관계의 정리’로, ‘계사전’을 ‘정리된 사실관계의 법률적용’으로, ‘주자대전’을 ‘소장 작성’이나 상대방 주장에 대한 ‘준비서면 작성’으로 치환해보면 어떨까 싶다.

다산이 말하기를 “풍차나 물레방아는 곡식이 있어도 빻고 곡식이 없어도 빻는 것과 한가지니, 어느 때고 수고롭지 않겠습니까? 다만 머리에 관을 쓰지 않고, 허리에 띠를 두르지 않으니 조금 쾌활할 뿐입니다”라고 했다.

물레방아가 빻을 곡식이 있건 없건 계속 돌아가며 방아질을 하듯이, 교서관(校書館)에서 일할 때나 집에서 쉴 때나 끊임 없이 책을 펼쳐 필요한 작업을 누적해가는 방식을 취했다.

우리도 검찰관이나 판관이 아니어서 여러 가지 주장과 입증을 마음껏(그렇다고 ‘멋대로’라는 말은 아니다) 펼쳐도 되니, 이는 독서로 준비하고 실천하며, 집체작업에 의한 성실한 뒷받침이 있으면 저 같은 아둔한 자일지라도 소기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으리라 여긴다.

 

 

/김규석 변호사·대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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