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을 쓰려고 앉아서 생각을 하다가, 지금 회사에 입사한지 벌써 일년 반이 지났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다. 내 할 일만 잘 해내면 되는 싱글도 이렇게 시간이 잘 가는데, 책임질 가정과 아이가 있는 분들은 오죽할까.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일년 반이라는 시간 동안 벌써 두명의 동료 변호사들이 출산휴가 및 육아휴직을 쓰거나 다녀왔고, 나를 비롯한 나머지 동료 변호사들은 내가 재직한 이래 대부분의 시간을 최소 한명의 팀원의 부재를 메우며 보냈다. 떠나있는 분들도 밤낮없이 우는 아기를 재우랴, 입히랴, 먹이라 정신 없는 시간을 보내다 돌아오겠으나, 빈자리를 메우고 있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일이 몰려 들어오고 재촉을 받을 때마다 그 한명의 빈자리가 아쉬울 때가 참 많다.

하지만, 앞으로도 몇번이고 그 빈자리를 메워야 한다고 하더라도 참으로 기꺼운 마음으로 동료들을 배웅하고 맞이하는 것은, 단순히 언젠가 나도 그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 아니다. 육아휴직을 길게 쓰기 눈치가 보여 마지막까지 일을 하려다가 점심시간에 양수가 터져서 바로 병원으로 갔다든가, 맡고 있던 사건의 중요한 재판을 앞두고 있어 이번 기일만 참석하고 휴가를 내야지 하고 있다가 정말 그 기일이 끝나자마자 병원으로 직행했다는 등의 이야기의 주인공이 절대 나의 동료들이 아니었으면 싶고, 또 아니어야만 하기 때문이다.

연일 신문에는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고, 가임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 수인 합계출산율이 0.95명으로 1명도 채 되지 않으며, 인구 절벽은 더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띈다. 그리고 저출산율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는 의료비 지원을 비롯한 직·간접적 금전적 지원에서부터 남성육아휴직 확대에 이르기까지 각종 정책을 쏟아 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떠한 정책도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이는 최근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듯이, 대부분의 정책들이 저출산을 ‘극복’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인 ‘아이를 낳고 기르고 싶을만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는 기여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육아에는 분명 많은 돈이 필요하겠지만, 절대 다수의 사람들은 얼마간의 보조금을 위해 아이를 낳지 않는다. 그뿐인가, 남혐과 여혐 현상을 필두로 각종 혐오가 가득한 인터넷 커뮤니티들과, 최근 인기 절정의 드라마 ‘SKY 캐슬’이 그려낸 극단적 경쟁사회의 민낯을 보고 있으면, 아이의 건강한 정신을 지켜내는 것 자체가 매우 큰 도전인 것 같은 사회에서 육아나 출산이 두려운 것은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오듯, 많은 출산 장려 정책들과 사회적 인식 변화 덕에 남녀를 불문하고 육아휴직을 쓰는 변호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아이를 낳으려는 동료가, 필요한 만큼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배려하고 지원하는 것이 당연한 문화로 정착될 때까지 모두가 힘쓴다면, 저출산으로 불투명한 우리나라의 미래도 변화되는 순간이 오리라 믿는다.

 

 

/서민경 변호사(서울회·한미사이언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