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 안
검찰수사관 P, P2는 2014년 5월 29일경 “D가 ‘국내로 필로폰을 반입하려고 한다’는 제보자의 진술을 듣고 서울에서 거제도까지 내려가 같은 해 6월 1일 16시 15분경 경상남 도 거제시 고현항에 도착한 바지선을 수색 하기 시작(체포 착수)했다. P는 수색 도중 선 용품(식료·연료·소모품 등 선박에서 사용하 는 물품) 창고 선반 위에 숨어 있던 D를 발견 하고 천천히 내려오게 한 후 필로폰을 둔 장 소를 물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다. 때마침 바지선 내 다른 장소를 수색하던 P2가 “물 건이 여기 있다, 찾았다!”라고 외치며 필로폰 을 압수하고 P는 16시 30분경 D를 필로폰 밀수입 및 밀입국 등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P, P2가 바지선에 올라 체포(수색)에 착수한 시점과 필로폰 발견 및 D를 체포하기까지 걸 린 시간은 15분 정도였다. D는 과거에 필로 폰 밀수 혐의로 여러 차례 형사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고, 재판 도중 도망한 경력이 있다. D는 필로폰 밀수입 혐의로 기소됐고 위 필 로폰 6.1kg이 유죄증거로 제출됐다. 제1심 과 항소심은 “체포 당시 필로폰 밀수 범행의 증거인 필로폰은 아직 발견되지 않았고, ‘필 로폰을 밀수하려 한다’는 첩보만으로는 현행 범 체포 요건 중 범죄의 명백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는 이유로 이 필로폰의 증거능력을 부인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상고했다.


2. 대법원 판결요지(파기환송)
“1. 현행범인으로 체포하기 위하여는 행위 의 가벌성, 범죄의 현행성·시간적 접착성, 범 인·범죄의 명백성 외에 체포의 필요성, 즉 도 망 또는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어야 하는데 (대법원 1999. 1. 26. 선고 98도3029 판결 등 참조), 이러한 현행범인 체포의 요건을 갖 추었는지는 체포 당시의 상황을 기초로 판 단하여야 하고, 이에 관한 수사주체의 판단 에는 상당한 재량의 여지가 있다. 따라서 체 포 당시의 상황에서 보아 그 요건에 관한 수 사주체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 리성이 없다고 인정되지 않는 한 수사주체 의 현행범인 체포를 위법하다고 단정할 것은 아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2도 8184 판결 등 참조). D가 바지선에 승선하여 밀입국하면서 필로폰을 밀수입하는 범행을 실행 중이거나 실행한 직후에 검찰수사관이 바지선 내 D를 발견한 장소 근처에서 필로폰 이 발견되자 곧바로 D를 체포했으므로 이는 현행범 체포로서 적법하고, 체포 당시 상황 에서 D가 밀입국하면서 필로폰을 밀수한 현 행범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그에 관한 검 찰수사관의 판단이 경험칙에 비추어 현저히 합리성이 없다고 볼 수는 없다.”


3. 평 석
(1) 이 판결은 형사소송법 216조 제1항의 ‘체포하는 경우’와 ‘체포현장’의 의미에 관한 리딩 케이스다. 수사기관이 적법한 체포·구 속을 하는 경우에 영장 없이 수색·압수·검 증할 수 있는 시간적·장소적 범위가 문제다. 사안에서 수사기관이 체포에 착수(사안에서 수사기관이 수색에 착수한 시점을 체포에 착 수한 시점으로 볼 수 있다)한 시점과 실제로 체포가 완성된 시점 사이에는 15분이 경과 했고, 수색·압수 장소는 피의자(D)가 소재하 던 바지선 전체였다. 대법원은 이 정도의 시 간적·장소적 접착성이 존재하는 정도라면 적법하게 영장 없이 수색·압수·검증할 수 있는 시간적·장소적 범위라고 판시한 것이 다. 이 기준은 ‘피체포자의 신체와 그의 직접 적 지배하에 있는 장소’로 설정한 ‘Chimel v. California(1969)’ 판결보다는 넓은 것이다. 그러나 이 기준이 종래의 기준(대법원 2010. 7. 22. 선고 2009도14376 판결)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2) 하급심은 본 사안에서 ‘필로폰을 밀수 하려 한다’는 첩보만으로는 ‘현행범 체포 요 건 중 범죄의 명백성을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보았으나 대법원은 D에게 ‘과거에 필로폰 밀 수 혐의로 여러 차례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 이 있고, 또 D가 재판 도중 도망한 경력’이 있 는 점을 고려하여 사안에서 범죄의 명백성 요건이 구비됐다고 판단했다.

 

/ 심희기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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