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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고금]작은 아들과의 겨울 산책
김수호 변호사  |  kshhanalaw@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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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6호] 승인 2019.02.18  10: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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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날씨지만 화창한 햇살이 비치는 겨울 토요일이었다. 늦게 일어나 아침 겸 점심을 먹고 한참 빈둥거리다가 바람이라도 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작은 아들에게 집 주위로 산책을 가자고 했더니, 작은 아들은 멀뚱히 쳐다보다가 좋다고 한다. 편한 옷을 차려 입고 아들과 함께 집을 나섰다.

집 앞 매호천을 따라서 10분 정도 걸어가다가 금호강 지류인 경산 남천을 만났다. 샛강 정비 사업 탓인지 산책길이 말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흐르는 물이 깨끗하다. 물 속에서 먹이를 찾는 청둥오리와 백로 수십 마리가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집 주위에 흐르는 매호천, 남천에 이렇게 많은 겨울새들이 있었던가. 나도 아들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아들과 걷다가 나름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지만 50대 초반의 아버지와 10대 후반의 아들 사이에 무슨 살가운 대화가 있을까. 아는 아들 친구 이야기나 학교 이야기를 물어보았고, 아들은 무심하게 그저 그렇다고 대답했다.

그렇게 1시간쯤 걷다가 욱수천을 따라서 다시 집 쪽으로 왔다. 배가 출출해졌다. 갑자기 붕어빵이 생각나서 아들에게 붕어빵이 어떠냐고 물었다. 역시 아들은 무심하게 좋다고 한다. 그런데 오고 가면서 본 적 있는 붕어빵 굽는 포장마차가 모두 문을 닫았다. 포기하고 집 쪽으로 내려오는데, 작은 식당 앞에 붕어빵 굽는 기계가 놓여 있었다. 그렇게 많이 먹을 것 같지 않아서 3000원어치만 주문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손님이 반가웠던지, 붕어빵을 굽는 도중에 “남편이 술만 먹고 식당 일은 하지 않는다”라는 등 푸념 섞인 이야기를 늘어 놓았다. 10분 걸렸을까, 주문한 붕어빵이 다 구워졌다. 적게 주문한 우리가 더 미안한데, 그 아주머니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 붕어빵 하나를 더 주었다.

아들은 집으로 오면서 “아빠는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잘 하는데, 자신은 쑥스러워서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머쓱했는데, 변호사 20년 정도 하니까 좀 나아졌다”라고 대답했다. 따뜻한 붕어빵을 아들 손에 들려 보내고, 가까운 목욕탕에 갔다. 동네 사우나라서 6000원이면 충분했다. 목욕 후 안락의자에 앉으니,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잠시 졸다가 밖으로 나오니 벌써 어둑어둑했다.

집에 들어오니 식탁에 붕어빵 2개가 접시에 담겨져 있었다. 비록 식은 붕어빵이지만 오래 전에 먹었던 그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느껴졌다. 아들 방에 들어가서 아무 말 하지 않고 책상에 있은 아들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들은 오늘 산책을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작은 아들과의 따뜻한 겨울산책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산책 덕분에 이 글을 쓴다. 작은 아들, 고맙다. 잘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나도 처음에는 머쓱했는데, 변호사 20년 정도 하니까 좀 나아졌다

집에 들어오니 식탁에 붕어빵 2개가 접시에 담겨져 있었다. 비록 식은 붕어빵이지만 오래 전에 먹었던 그 달짝지근한 맛이 입안에 느껴졌다. 아들 방에 들어가서 아무 말 하지 않고 책상에 있은 아들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아들은 오늘 산책을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에게는 작은 아들과의 따뜻한 겨울산책으로 오랫동안 남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산책 덕분에 이 글을 쓴다. 작은 아들, 고맙다.

/김수호 변호사(대구회·법무법인 우리하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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