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 사건을 진행하다보면 의뢰인들로부터 “제가 못 받을지언정 다른 상속인들이 받게 내버려둘 수는 없습니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상속 사건에 있어서 당사자들은 대부분 부모와 자녀 또는 형제 사이인 경우가 많은데, 이복형제나 계부모인 경우도 있지만,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돈독하게 지냈던 친형제, 친부모인 경우도 적지 않다. 즉 남부럽지 않을 정도로 사이가 좋았던 가족들이 상속재산 때문에 남보다도 못한 원수지간이 되는 것이다.

한편으론 “제가 돈 몇푼 더 받자고 이러는 게 아닙니다”라는 말 역시 자주 듣는다. 많은 상속인들이 단지 돈 때문에 치열한 법정 다툼까지 각오하고 변호사를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의뢰인의 상속분은 기여분과 특별수익을 통해 조정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 가족들 사이의 오해나 지난날에 대한 앙금이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법정 내외에서 오랜 다툼을 거치면서 의뢰인들은 무기력이나 우울감에 익숙해지기도 한다.

송사는 당사자 간의 싸움인데, 상속 분쟁은 가족 간의 싸움이다. 때문에 당사자들이 겪는 외로움은 상상 이상으로 크다. 때때로 그러한 고통은 피상속인을 떠나보낸 것보다도 더 크기도 하다. 이러한 심정적 상처는 물리적인 상처 못지않게 고통스럽지만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 병원에 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그 상처의 치유 역시 변호사의 몫이다. 의뢰인이 주변 사람들에게도 마음 편히 할 수 없었던 가족들 사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오해가 있는 부분은 풀어주고, 억울한 부분은 대신 화를 내주면서 유일한 소통의 창구가 돼야 한다.

때로는 그런 과정에서 상대방과 좁히지 못했던 입장 차이가 좁혀지기도 하고, 그로써 합의나 조정이 성립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사실관계를 선별해 법정에 현출하고, 법리적 검토를 덧붙이는 것 외에 의뢰인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것이 변호사의 중요한 역할임을 실감하고, 많은 분쟁의 실마리가 그곳에 있다는 것을 느끼기도 한다. 변호사로서 첫해를 돌아보며 당사자들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변호사가 돼야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자고 다짐해본다.

 

/허한욱 변호사(서울회·법무법인(유한) 태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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