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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과잉입법이 법질서 무너뜨린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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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호] 승인 2019.02.11  10: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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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4명 중 1명은 전과자다. 벌금 이상 형벌을 1회 이상 받은 국민이 2014년 기준만으로도 1100만명을 넘었다. 전체 국민의 22%, 15세 이상 인구의 26%가 범죄를 저지른 셈이다. 현재 비율은 당연히 훨씬 늘었을 것이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우리 국민의 도덕성과 준법정신이 그토록 부족한 걸까?

그렇지 않다. 문제는 과잉입법에 있다. 국민의 자유와 행동을 제약하는 법과 규제가 너무 많다. 더구나 이들 상당수는 도덕적 당위성에 기초해 있다. 즉 현실적으로 지키기 힘든 수준을 요구하는 것이다. 최저임금과 주 52시간제 등을 둘러싼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의 아우성을 그저 ‘악덕 사장들의 푸념’으로 여기지 않는다면 이에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과잉입법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국회는 그야말로 법 찍어내는 공장이다. 20대 국회 들어 지금껏 발의된 법률이 1만 7815건이다. 15대 국회 때 총 1951건이 발의됐던 점과 비교하면 20년 만에 9배 이상 급증했다. 물론 발의된 법률이 모두 처리되는 것은 아니며, 단순 자구 수정 등 법률 제·개정이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의 발의안도 많다. 이를 감안해도 너무나도 쉽게 법을 만들고 고치는 경향이 있음은 분명하다.

입법 홍수 속에서 법률의 질은 담보되지 못한다. 국회의원들이 법을 만들고 고칠 때 깊은 고민이 없어 보인다. 가령 A법안의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B 국회의원이 정작 본회의에서 A법안을 부결시키는 코미디 같은 일도 자주 일어난다. 자신이 무슨 법안에 서명했는지 기억도 못한다는 뜻이다. 제대로 된 심사 없이 법안이 졸속 처리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법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 지금의 법이 몇년 내에 어떻게 바뀔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법이 쉽게 바뀔 수 있음을 경험적으로 학습하게 되면 이익단체 등이 로비 등을 통해 자신에게 유리한 법을 만들려 시도하게 된다. 법률을 사적 지대추구를 위한 도구로 이용하는 셈이다. 이렇게 법은 보편성을 잃어간다.

단순히 양적 측면만 문제가 아니다. 전체 법률의 60~70% 가량이 형벌조항을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사적 조치나 과태료 등 행정제재로도 충분할 사항은 국가가 나서 범죄로 규정하고 처벌한다. 이러한 과잉범죄화가 국민들을 전과자로 내몰고 있다. 또한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고 기업의 창의도 억제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스스로를 “교도소 담장 위를 걷는다”고 표현할 정도다.

매년 법이 바뀌는 데다 새로운 법이 생겨 담당 부처 공무원과 법조인들조차 현재 구체적 법 조항이 어떤지 잘 모른다는 지적도 나온다. 많다고 좋은 게 아니다. 법질서를 무너뜨리는 과잉 입법의 문제점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이인혁 한국경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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