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이상하다. 아프다고 하기에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불편했다. 임신이었다. 인생의 첫 경험 앞에서 기쁨과 두려움이 동시에 몰려왔다. 누구는 태아를 위해 누워만 있으라 하고 누구는 많이 움직이라 한다. 누구는 세끼만 잘 먹으면 된다 하고 누구는 각종 약까지 챙겨먹으라 한다. 누구는 몸에 칼을 대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하고 누구는 무슨 일 생길지 모르니 무조건 큰 병원에 가야한다고 한다.

우선 친구의 조언에 따라 의학의 힘(?)은 최소한으로 개입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의원으로 갔다. 그러자 부모님은 이상한 고집을 부리지 말고 수술 가능한 병원으로 가라 한다. 병원에 갔더니 이번엔 남편이 담당 의사가 젊어 불안하단다. 그렇게 조언자들의 말에 따르다보니 병원을 세번이나 바꿨다. 그러자 이번에는 동생이 “왜 그리 소신이 없냐”고 핀잔을 준다.

소신은 ‘지킨다’고 하고, 고집은 ‘부린다’고 한다. 뒤에 따라 붙는 동사만 보아도 소신은 긍정을, 고집은 부정의 의미를 지님을 알 수 있다. 두 개념의 차이가 궁금해서 찾다보니 합리성이 기준이 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한 유명인이 출산은 하늘의 뜻이니 그 고통은 의료적 도움 없이 온전히 받아들여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가 그게 무슨 똥고집이냐며 질타를 받은 일이 있었다. 그는 소신을 지킨 것일까, 고집을 부린 것일까. 선택지가 여럿 존재하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인생 실전 앞에서 무엇이 더 합리적인지 설명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소송을 하다보면 이미 답이 정해진 의뢰인이 있다. 본인 생각에 A는 B이고 B는 C로 연결된단다. 그러니 당연히 이기는 사건이라고 한다. 내가 A는 B가 아닐 수 있고, B는 D를 택할 수 있으며 당신의 생각이 확률이 낮다고 설명해도 듣지 않는다. 그는 합리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건 고집이다.

노동 사건으로 유명한 어떤 변호사님께서는 본인은 사측 대리를 맡지 않는다는 소신을 갖고 있다고 한다. 내가 사안에 맞게 변론을 펼치면 될 것이지 굳이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했더니, 그 분은 약자의 편에 서는 것이 본인 원칙이란다. 합리적이지 않아 보이지만 이건 소신이다.

그렇다면 ‘소신과 고집’ 그 차이는 무엇일까. 인공 피임을 허락지 않는 완고한 교리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던 교황은, 아프리카를 방문해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여성들과 전쟁이나 범죄로 인한 강간 피해 여성들을 만난 후에 피임약의 필요성을 공감했다. 이후 태아도 생명이라는 생각은 고수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변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소신불통이라는 말은 없어도 고집불통이라는 말이 있는 것을 보면, 아마도 소신 있는 삶이란 원칙을 지키되 소통할 수 있는 삶의 태도가 아닐까.

 

 

/방효정 변호사·인천회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