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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보수와 진보
김학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gimhs@kangwo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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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5호] 승인 2019.02.11  09: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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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에게 질문하면 열에 아홉은 자신을 진보라고 생각하는데, 진보가 좋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쩌면 젊은 층의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다. 진보는 진취적이라는 긍정적 느낌을 주기에 보수를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며, 당면한 국가사회의 많은 문제에 대한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고 느끼기에, 또 이는 마치 진보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도 그랬다. 대학시절 독재와 부익부의 지나친 편재를 보면서 이 사회가 뒤집어졌으면 했다. 당시는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없었고, 독재에 대한 반독재 갈등이 최고조였다.

보수는 자유와 권리를 지키면서 ‘점진적 개혁’을 추구하는 일종의 정치 이데올로기다. 보수의 주창자인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E. Burke)는 미국 독립에 있어 식민지 편을 들었고, 아일랜드에서 차별 받는 가톨릭 권리 옹호를 위해 힘썼던 자유의 투사였다. 그러나 버크는 프랑스 혁명을 반대했는데, 이는 추상적 이념에 기초한 급진적 개혁에 비판적이었기 때문이다.

보수는 혁명을 싫어하고 개량을 선호한다. 반대로 진보는 개량을 싫어하고 혁명을 좋아한다. 보수는 고치고 다듬어 쓰려하지만 진보는 건물을 새로 지으려한다. 진보는 모든 것을 빈터로 만든 뒤, 그 위에 이상적인 정치제도를 다시 쌓아올리려 한다. 이렇듯 진보는 사회의 전면적 개조를 강조하는 입장이기에, 보통 이상주의적이며 이성을 강조한다.

보수는 우익과 구별된다. 좌익은 인민민주주의를 지지하며 우익은 자유민주주의를 지지하는 바, 양자의 갈등은 대한민국이 성립되기 전의 현상으로, 전자는 북한 체제를 후자는 대한민국을 지지했다. 다만 보수를 우파로, 진보를 좌파로 보는 것은 적절하다. 우파는 자유민주주의를, 좌파는 사회민주주의(사회주의가 아님)를 지향하며, 우파는 미국형 민주주의나 경제체제를, 좌파는 유럽형 민주주의나 경제체제를 지향하며, 독일의 기민당은 우파정당이며, 사민당은 좌파정당이다.

보수는 실천적이고 실용적이어서 개량을 선호하지만 진보는 이념적이고 이상적인 혁명과 혁신을 좋아한다. 보수는 경제적 자유를 강조하며, 개량을 선호하고, 시장기능을 강조하는데, 진보는 경제적 평등을 강조하며, 혁신을 선호하고, 시장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강조한다. 또 보수는 자기책임, 성장, 효율성을 강조하면서 무분별한 복지 확대를 경계하지만, 진보는 사회연대, 분배, 민주성을 강조하면서 복지를 확대하려고 한다. 보수는 교육과 산업에서 경쟁을 중시하지만, 진보는 인성교육과 노동시간의 단축을 강조한다.

한편 보수는 남북대결형(찬 바람정책)으로 진보는 남북대화형(햇볕정책)으로 인식된다. 미국도 보수적인 공화당은 북한에 대해 공격적인 반면 진보적인 민주당은 대화협력을 강조한다. 진보가 보수에 비해 남북대화형인 이유는 다음과 같다. 과거 70~80년대 대학가에는 운동권학생들이 적지 않았다. 운동권학생은 NL(national liberation 민족해방파)과 PD(people’s democracy 민중민주주의파) 계열로 양분되어 있었다. 전자가 미 제국주의의 문제점에 주목했다면 후자는 계급투쟁에 주목했다. 그래서 전자는 자주파로 후자는 평등파로 불리기도 했다. 전자는 주로 주체사상을 신봉했고(주사파), 후자는 혁명정권에 의해 계급 없는 민주주의 실현을 꿈꿨다.

그러나 1987년 혁명 없는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또 1990년 이후 소련과 동유럽이 붕괴되면서, PD계열은 혁명노선을 포기하고 개량노선으로, 사회주의에서 사회민주주의로 그 사상이 바뀌었다. PD계열의 장점은 계층문제에 대한 비판의식이다. 그래서 노동자의 인권, 실직자의 복지, 영세자영업자 보호에 주목했다. 반면 NL노선, 특히 주사파는 북한체제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찬양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소위 386세대(3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의 운동권에는 NL노선과 PD계열이 주축을 이루고 있었다. 당시 386세대(20년 세월이 지났으니 지금의 586세대)가 주로 진보진영에서 활동하고 있는 관계로 이들의 의식 속에는 북한에 대한 대화와 이를 통한 평화추구를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보수와 진보의 사사건건 대립하는 모습에 국민들의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다. 보수와 진보는 선악이 아니라 정답이 없는 선택일 뿐이다. 보수 중에도 개혁 성향을 가진 이가 많고, 남북평화협력에 찬성하는 보수가 많듯이, 진보 중에도 보수적 성향을 지니며 지나친 남북평화 협력에 우려를 나타내는 진보도 적지 않다.

개혁적 보수와 개혁적 진보가 힘을 모으고, 진영논리에서 벗어나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김학성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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