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연 싱가포르 로펌 운앤바줄 파트너 변호사

본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s a Korean lawyer, practicing in Singapore and teaching in Japan”이라는 한 문장이 현재의 저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46회 사법시험을 합격한 변호사로, 현재 싱가포르 로펌 운앤바줄(Oon & Bazul)에서 국제분쟁해결팀 파트너 변호사이자 한국팀 팀장을 맡고 있고, 동시에 일본 큐슈대학교 법과대학에서 국제중재 및 지적재산권분쟁해결을 강의하고 있습니다.

 

한국 변호사로는 드물게 싱가포르 로펌 파트너 변호사로 근무하고 계신데 싱가포르로 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지요?

싱가포르와의 첫 인연은 2010년 싱가포르의 한 로펌에 파견 근무를 하게 되면서 시작됐습니다. 그리고 전 직장이 된 싱가포르 국제중재원 SIAC(Singapore International Arbitration Centre)에서도 파견 근무를 하게 됐습니다.

당시에 글로벌 장학재단인 미국 하이젠하워 펠로우쉽을 지원하고 인터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싱가포르에서 파견근무를 하다 펠로우쉽 합격 소식을 듣고 미국으로 건너가 ADR 관련 기관에서 연수를 했는데, 저를 눈여겨본 SIAC로부터 러브콜을 받아 2012년 입사해 카운슬 및 동북아지역 팀장을 맡아 정말 다양한 국제중재사건과 국제무대를 경험했습니다.

국제중재사건만 130건 이상 다뤘고, 일본, 동남아 각국을 비롯해 인도, 프랑스, 몽골, 중앙아시아까지 다양한 나라로 출장을 다니며 해외 콘퍼런스 등에서 발표할 기회가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일본을 담당하면서 정부기관, 기업들과 많은 일을 하게 됐고, 이것이 인연이 돼 일본 큐슈대학에서도 근무하게 되는 계기가 됐습니다.

 

싱가포르 국제중재원(SIAC) 변호사로도 활동하셨는데 중재사건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있는지요? 싱가포르에서 하시는 업무는 어떤가요?

처음부터 중재 사건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아닙니다. 제가 처음 싱가포르에 갔을 때 싱가포르에서는 국제중재 분야가 각광을 받기 시작하던 시기였고 저는 영미법 국가가 아닌 대륙법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에서 온 유일한 한국 변호사였습니다. 한국 변호사인 저는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에 관련된 일들을 맡게 됐습니다. 그리고 점차 이러한 일들이 저에게 집중됐습니다. 일이 들어오니 자연스럽게 공부를 하고 경험이 쌓였고 이를 통해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국제 중재 사건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하나의 사건에 다양한 국적의 이해관계인이 관여돼 있다는 점입니다. 국제 계약서를 살펴보면 계약 당사자와 무관한 제3국인 싱가포르를 중재지로 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즉 중재지가 싱가포르가 되는 것이고 싱가포르와 관련 없는 사안인데도 싱가포르법이나 싱가포르 법원이 관여되는 케이스가 많다는 뜻입니다.

또한 현 정부의 ‘신남방정책’으로 동남아 사업이 다각화 됐습니다. 이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법률 서비스에 대한 수요도 늘어나 싱가포르는 인도, 동남아, 중동, 중앙아시아를 연결하는 리걸 허브(legal hub)로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제 전문분야인 국제분쟁해결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사업을 하고자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분쟁 예방 및 리스크 관리, 컴플라이언스 이슈에 대한 조언도 드리고 있습니다.

 

해외로펌, 국제기구 등 국제무대에서 활동하고자 하는 변호사들이 많은데, 해외로 진출하기 위해서 어떤 것들을 준비하고 어떤 커리어를 쌓아야 할지 조언 부탁드립니다.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일반화 시키기도 어렵고, 또 준비한다고 해서 꼭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일단 ‘애티튜드(attitude)’가 정말 중요합니다. 나와 다른 그 무엇에도 일단 오픈마인드로 접근하는 것, 항상 호기심을 잃지 않고 내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는 생각을 갖는 것, 그리고 ‘개인에 대한 존중감’이 일하는데 있어 무엇보다 중시됩니다. 각자의 역할과 장점, 재능을 최대한 살려주고 다름을 인정한다는 점에서, 해외에서 근무하는 것이 한국에서 일하는 것보다 기회가 무궁무진할 수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한국은 그 울타리 안에서만 통하는 그들만의 기준이 있는데 글로벌 스탠다드는 그것과 아주 많이 다릅니다.

제가 일본 큐슈대에서 가르치는 학생들은 대부분 전문직에 종사하다가 일본에 유학 온 각국의 뛰어난 인재들인데, 그분들에게 강의하면서 제 스스로가 배운다는 자세로 임합니다. 그분들이 다시 자기 나라로 돌아가면 그게 글로벌 네트워크가 됩니다.

 

여성변호사들은 출산, 육아 문제에 직면하기에 커리어를 이어가기가 어렵고 조직 안에서도 인정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여성변호사들을 위한 조언, 인맥관리와 사건수임의 노하우를 알려주실 수 있으신가요?

그건 정말 개인의 상황에 따라 너무 다른 이야기라 제 경험을 이야기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지만, 한 가지 덧붙이자면 해외에서도 워킹우먼들은 우리와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겁니다.

저도 제 앞길이 어떻게 될 지 잘 모릅니다. 좀 긴 템포로 보고 ‘여기가 끝이 아니다’는 생각이,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게 한 원동력입니다. 그리고 국제 업무를 하는 변호사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의 사업 성공을 돕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내 고객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간파하고, 기대가 적합한지 확인해주고 길을 찾아주는 것입니다. 저는 일을 통해 배우고, 경험을 쌓고, 교육을 통해 그것을 나눔으로써 선순환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성’은 세계 어디에서든 통하니까요.

 

 

유지연 싱가포르 로펌 운앤바줄 파트너 변호사 주요 약력
제46회 사법시험, 사법연수원 37기
전, 싱가포르국제중재원 카운슬 및 동북아팀장
전,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현, 싱가포르 로펌 운앤바줄 파트너 변호사
현, 일본 큐슈대 법대 교수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