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저: 남형두 연세대 법전원 교수, 사회평론아카데미
공동 저자: 김영란·남형두·윤혜준·임헌영·정끝별·정명교

우리나라에서 문학과 법학의 관계는 유독 좋지 않았다. 법치보다는 덕치를 숭앙했던 유가적 전통까지 거론하여 그 원인을 찾는 것은 지나치게 거창하다. 오히려 서구의 근대 법(학)이 일본을 통해 들어오는 과정에서 법은 지배자의 언어였고, 해방 후에도 법은 권리보다는 의무를, 자유와 인권의 보루라기보다는 통제와 억압의 도구로 기능했던 데서 그 원인을 찾는 것이 더욱 타당하다. 특정 이데올로기를 넘나드는 표현을 금기시하고 때로는 문학가, 예술가를 구금시켰던 오래지 않은 과거의 경험은 문학을 법의 피해자로 만들었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학문과 예술의 하나인 법학과 문학, 나아가 법학과 예술의 왜곡된 관계 설정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최근 발생한 신경숙, 조영남, 천경자 ‘제국의 위안부’ 등 문학과 예술 영역에서 발생한 법적 분쟁에서, 판결로도 갈등을 종식시키지 못한 법(학)의 무력감은 여지없이 드러나고 말았다. 안타깝게도 문학과 예술 분야의 갈등이 내적으로 해소되지 않고 법에 호소되는 경우가 갈수록 빈발하고 있다. 나아가 법학의 문학에 대한 ‘몰이해’와 문학이 가진 법학에 대한 ‘편견’이라는 상호 뒤틀린 관계로는 앞으로도 법 무용론(無用論)을 심화시킬 뿐 상호 존중하는 관계가 형성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더욱 안타깝다.

편저자는 문학과 법의 갈등을 이해하고 화해를 모색하기 위해 2017년 2학기 연세대학교 대학원에 ‘문학과 법’이란 강좌를 개설했다. 강사로 참여한 김영란(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 전 대법관,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윤혜준(연세대 영문과 교수), 임헌영(민족문제연구소 소장, 문학평론가, 전 중앙대 교수), 정끝별(이화여대 국문과 교수, 시인), 정명교(필명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의 강의 원고와 필자의 글을 묶어 ‘문학과 법 - 여섯 개의 시선’으로 내게 되었다.

법학은 인간을 비판하고 문학은 찬양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고 한다. 인간은 문학과 법학의 공통 주제요, 대상인 셈인데 그 인간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법학과 문학으로 되튀어 오는 데 이 책이 일조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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