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MI란 ‘Too Much Information’의 축약어다. 관심도 없고 알고 싶지도 않은 ‘너무 과한 정보’가 전달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내가 키우는 강아지의 이름은 까미인데, 밥 먹는 것보다 산책을 더 좋아한다고 이 글을 통해 구구절절 늘어 놓는다면 바로 그것이 TMI다. 또는 내가 하는 이야기를 상대방이 관심 없어 할까 봐 “이건 TMI인데….”라며 미리 퇴로를 확보해두는 식으로 쓰일 수도 있다.

사실 로스쿨생에게 TMI는 낯선 개념이 아니다. 우리들에게 TMI는 바로 ‘무익적 기재사항’이다. 답안을 쓸 때 점수와 연결되지 않는 불필요한 설명들이다. 우리는 3년 내내 문제가 요구하는 쟁점을 찾아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부분만을 간명하게 적는 연습을 한다. 무익적 기재사항과 적으면 오히려 답안에 나쁜 인상을 주는 ‘유해적 기재사항’은 가능한 한 피하려 노력한다.

결국 TMI든 무익적 기재사항이든, 핵심은 상대방이 관심 있어 하는 사항을 파악하는 데 있다. 사적인 대화라 하더라도 별로 듣고 싶지 않은 시시콜콜한 정보를 늘어놓는 것은 상대방을 괴롭게 만들 뿐이다. 4면을 꽉 채운 답안이라 하더라도 점수를 피해가는 무익적 기재사항만 채워 넣었다면 채점자를 피곤하게 만들 뿐이다. 처참한 점수를 얻는 것은 덤이다.

사적인 대화에 있어 TMI는 상대방의 눈치를 봐가며 조절해나갈 수 있다. 하지만 법학 답안 작성에 있어 무익적 기재사항은 미리 훈련되어 있지 않으면 피해 가기 어렵다. 즉, 쟁점을 파악해도 그 부분을 어느 정도 적어야 할지 모호할 때가 많다. 문제는 수험생 입장에서 무익적 기재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 있다. 모의고사 채점기준표는 ‘대외비’이다. 시중 문제집의 해설은 답안 분량이 과도하다. 때로는 출판사마다 풀이가 다르기도 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로스쿨생은 어둠의 경로로 채점기준표를 구해 보거나, 선배들의 모범답안을 얻어 보거나, 임시방편으로 시중 해설서를 참조하여 그저 문제의 배점과 남은 시간에 맞게 답안을 작성하려 한다.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양방향적이어야 한다. 대화 상대방의 TMI가 길어지면 분위기가 싸해지지 않는 선에서 대화 소재를 돌려보자. 로스쿨생의 답안이 무익적 기재사항으로 가득하다면 채점기준표를 공개하여 무엇을 써야 하고 무엇을 쓰면 안 되는지를 알려주자. 그러면 조금이나마 답안 작성 수준이 나아질 것이다. 더 좋은 답안은 학생들도, 그 답안을 채점해야 하는 교수님들도 더 행복하게 만들어줄 것이다. 로스쿨생들에게 채점기준표는 절대 TMI가 아니다. 그러니 마음 놓고 공개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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