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도 농업협상은 불투명한 시계(視界)를 뚫고 순항할 수 있을까? 2017년 12월 제11차 부에노스아이레스 각료회의에서 농업협상은 치열한 논쟁에 불구하고 아무런 결과물을 만들지 못했다. 2015년 제10차 나이로비 회의에서 수출보조금 폐지에 합의한 이후 제네바 프로세스는 국내보조 중심으로 진행됐는데 결국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2013년 제9차 발리 회의에서 식량안보 목적의 공공비축에 대한 영구해법을 제11차 회의까지 마련하도록 한 지침도 이행되지 못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간 전방위 통상마찰이 본격화되고, 미국은 자신이 주도해온 WTO 체제를 개혁대상으로 지목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2018년에 농업협상은 뚜렷한 타개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5월에 농업협상 의장으로 선출된 John D. Ford 가이아나 대사는 기술 논의를 독려하면서 진전을 모색했다. 9월부터 연말까지 4차례 회의를 소집해 국내보조, 시장접근, 식량안보목적 공공비축, 개도국 특별긴급관세, 수출경쟁, 수출제한 및 면화 등 7개 분야의 쟁점을 추리고 회원국 의견을 수렴했다. 하반기 회의에 대한 평가는 아직 조심스럽다.

협상동력을 살리기 위한 준비로는 의의가 있었지만 각국의 입장에는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중평이다. 한편, 상소기구 개편 등 WTO 개혁 논의와 더불어 농업통보의 투명성 제고 등 절차와 제도 개선 관련 논의도 병행됐다.

중량급 국가 간 무역 갈등과 다자무역체제 위기로 인해 2019년을 맞는 제네바 분위기는 가볍지 못하다. Ford 의장은 새해에는 더 밀도 높은 협의를 추진할 계획을 밝히고, 회원국의 활발한 참여를 요청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월별 전체 회의를 지속하되, 상기 7개 주제별 분과회의를 만들어 관심 있는 회원국 주도로 진행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의장은 4월까지 협상이 아니라 기술적 쟁점을 깊이 논의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일단은 향후 성과를 올릴 수 있는 분야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를 내비쳤다.

회원국들은 아직 조심스런 반응이다. 정치적 부담이 비교적 낮은 기술적 논의가 향후 협상 국면에서도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하고, 차기 각료회의가 2020년에 열리므로 금년 중에는 회의가 공전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이에 더해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 영국의 브렉시트(Brexit) 등 예측이 어려운 변수가 많아 제네바의 협상가들은 물밑에서 더듬거리며 조심스럽게 발을 옮기고 있다. 협상이 오래 정체되면서 서로의 입장을 충분히 아는 만큼 정치적 결단이 있으면 갑자기 진도가 빨라질 수도 있다. 눈치 보기와 치열한 수 싸움이 전개될 것이다.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날로 커지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전통적인 공조 회원국들과 연대를 강화하면서 상황을 차분히 관리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정현출 주제네바대표부 공사참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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