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이집트 기자 지구에서 베트남 관광객을 태운 버스에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난생 처음 아들과 함께 떠난 첫 이집트 여행에서 피라미드를 보기도 전에 테러를 걱정해야 했다. 카이로 현지 가이드는 테러가 발생한 직후가 가장 안전하다는 말로 위로를 했지만, 쉽게 진정이 되지 않았다.

기자 지구로 향하는 관광버스에는 이집트 현지 경찰이 동승했다. 그만큼 관광객의 안전을 배려한다는 당국의 조치였다. 버스는 무사히 피라미드 근처 주차장에 도착했다. 언론에서는 테러가 발생했으니 이집트 관광업이 위축될 것이라는 걱정이 있었지만, 현지 사정은 달랐다.

전 세계 관광객과 관광버스가 주차장을 가득 메웠고, 피라미드 주변에는 인파가 넘쳐 났다. 가까이서 보는 피라미드의 위용은 그야말로 ‘Beyond description’이었다.

맨 처음 관람한 쿠푸왕 피라미드. 주어진 자유시간은 30분, 그 짧은 시간에 피라미드를 돌아보고 사진을 찍어야 했다. 왔노라, 보았노라, 찍었노라. 문제는 거대한 피라미드 앞에서 아무리 좋은 자세를 잡아도 카메라에 피라미드의 위용을 다 담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피라미드 사진을 잘 찍기 위해서는 현지인만 알고 있는 중요한 위치 포인트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 처음 온 여행객이 그곳을 알 수가 없다. 세상에 공짜는 없는 법. 결국 돈을 지급해야 한다. 약간 어리숙한 자세로 사진을 찍고 있으면 현지인이 접근한다. 현지인은 어떤 증표를 보여주면서 자신은 사기꾼이 아님을 설명한다. 그리고 관광객을 데리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위치로 이동한 다음 카메라를 달라고 해서 사진을 찍어 준다. 그리고 관광객의 표정을 살피면서 현지 가이드가 있는 곳으로부터 점점 더 떨어진 곳으로 관광객을 안내한다. 그곳에는 낙타가 준비되어 있다. 낙타를 태운 다음 낙타 위에서 자세를 잡게 하고 피라미드 사진을 찍는다. 사진촬영을 마치고 아빠 먼저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낙타에서 내린다. 그리고 사진 촬영비를 요구한다.

아뿔싸. 처음에 사진 촬영비 1불이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어느새 1인당 10불, 합계 20불이 되어 있었다. 아들은 여전히 낙타 위에 타고 있다. 가이드는 불러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너무 멀리 있다.

그제서야 가이드의 설명이 기억났다. 현지인이 찍은 사진을 보여줄 때, 환하게 웃거나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순간 사진 촬영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간다. 그냥 무표정해야 한다.

이왕 물은 엎질러졌고, 다행히 15불에 어찌어찌 합의를 보고 아들을 무사히 데리고 왔지만, 두번은 당하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스핑크스 앞에서 또 당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인재 변호사(서울회·법무법인 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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