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LAWASIA 연차총회 참관기

1. 캄보디아로 날아가기까지

2018. 11. 1. 새벽, 찬 공기를 마시며 집을 나서면서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 싶었다. 올해 6월 대한변협에서 청년 변호사 대상으로 LAWASIA 연차 총회 등록비를 지원한다는 안내 메일을 받고서는 호기심에 지원할 때만 해도 굉장히 먼 일로만 느껴졌었다. 그리고 올해 6월 대한변협에 등록비 비원 신청을 하면서 11월 캄보디아로 떠날 때까지 몇 달 동안 겪은 이런 저런 헤프닝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올해 6월 대한변협에 등록비 지원 신청을 하면서 연차 총회 각 세션별 발표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을 보고 나서 기왕 시간 내서 참여하는데 발표를 해볼까 하는 약간은 ‘무모한’ 도전 정신을 가지게 되었다. 나는 개업 변호사로서 의뢰인의 대부분이 국내 거주 외국인들이고, 국제 이혼 사건을 많이 다루는 편이라 한국에서의 국제 이혼에 대하여 발표할 생각을 하고, 발표 모집안에서 요구하는 바대로 1장 짜리 프로포잘을 작성하여 지원하였다. 연차총회는 매우 다양한 분야의 세션이 예정되어 있었고, 나는 청년변호사로서 지원하는 것이니 Young Lawyer’s Session에 지원하였다. 그런데 나중에 요건을 보니, Young Lawyer’s Session은 만 35세 이하의 변호사들만 지원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었고, 나이 제한을 ‘살짝’ 넘긴 나는 결국 Family Law Session으로 지원하게 되었다.

발표자는 등록비가 조금 할인이 되기 때문에 발표자 선정 결과를 보고 등록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지만, 기다려도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발표자로 선정되지 못한 것일까 조금 불안하던 차에 9월 초에 LAWASIA 측에 문의하였고 발표자로 선정되었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리고 약 2주 후에 LAWASIA 측으로부터 아시아권 로스쿨생들이 참여하는 Moot Competition (중재 대회) Panel Judge(판정관)로 참여해달라는 이메일을 받았고, 이전에 참여해본 적은 없었지만, 한번 더 ‘무모한’ 도전 정신을 발휘하여 참여하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나는 그렇게 낯선 상황 속에 나를 내던지며, 캄보디아로 향했다.

 

2. 중재 대회 판정관 참가

나는 11. 2. 중재 대회 오후 2시에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오전 10시 30분에 참여 예정이었던 분이 결원이 생겨 추가로 요청을 받아 오전 타임에도 참여하게 되었다. 함께 판정관으로 참여하신 분들은 실제 호주 등에서 판정관으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이었다. 중재 대회의 문제는 중재지, 준거법 등 여러 복잡한 쟁점이 얽힌 국제 상사 거래 문제였고, 전날 내용을 한번 살펴보고 왔음에도, 내용이 간단치 않아 참가 학생들의 발표에 대하여 질문하는 일 자체도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오후 세션에서는 오전에 이미 경험을 하고 난 뒤라 조금 여유 있게 학생들에게 주요 쟁점들에 대하여 질문할 수 있었다.

 

3. 가족법 세션 발표자들과의 만남

가족법 세션 발표자들은 이메일로 미리 디너 행사에서 만나자고 약속이 되어 있었다. 나는 국제 컨퍼런스도 처음이었고, 발표도 처음이었기 때문에 매우 낯설었지만, 다른 발표자들은 이미 경험이 여러 차례 있는 분들이었고, 처음 만난 나를 매우 친절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셨다. 다른 발표자분들은 싱가폴, 대만, 호주 변호사들이었고, 또한 이분들과 잘 아는 홍콩 변호사도 함께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디너 행사가 끝난 후에는 호텔 바에서 함께 칵테일을 마시며 친목을 다지는 기회를 가졌다.

 

4. 가족법 세션 발표 – 우리 나라 국제 이혼

캄보디아 출국 전까지 일이 밀려서 발표 준비를 만족스럽게 하지 못한 터라 발표 전까지 호텔 방에서 발표 준비를 해야만 했다. 발표 시간이 생각보다 길지는 않은 데다가 가족법 세션의 다른 발표자들과 이야기를 나눈 결과, 각국의 이혼 제도가 생각보다 많이 다르고 또 외국 변호사들은 우리 나라 이혼 제도에 대하여 거의 모르고 있다는 판단이 들어서 발표 내용을 우리 나라 이혼 제도의 특징(합의이혼과 재판상 이혼, 유책주의 등)과 관할, 준거법 등에 초점을 맞추었다.

11. 4. 드디어 발표일. 아주 큰 규모의 홀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림 잡아 4~50명 가량이 참석하여 조금 긴장이 되었다. 총 네 명의 발표자 중 나는 세 번째 순서였고, 내 순서가 되어 발표를 진행하였다. 영어 발표인 탓에 시간 조절을 하면서 내용을 이야기하다보니 표현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도 있었지만 무사히 발표를 마쳤다. 모든 발표가 끝난 후에 자유 토론 시간이 진행되었는데, 세 분이 나에게 질문을 하였다. 이혼 숙려기간동안 바람을 피우면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 등 우리 나라 이혼 제도에 대한 호기심에서 비롯된 질문이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질문을 하셨던 분이 내가 익숙치 않은 영어 발음이어서 제대로 이해가 되지 못하여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다시 질문을 하여 내용을 정리하고 내 나름으로서는 최선의 답변을 하여 무사히 토론을 마칠 수 있었다.

 

5. 앙코르와트 방문

아쉽게도 캄보디아에 와서 관광은 제대로 하지 못하고 거의 호텔방에 갇혀 발표 준비를 하고, 심지어 변론종결된 사건의 참고서면을 작성하여 제출하는 등 급작스러운 일을 처리해야만 했다. 그래도 씨엠립에 왔으니 앙코르와트는 가보아야겠다는 생각에 출국일에 호텔 측에 현지 가이드를 신청하여 4시간 가량 앙코르 와트와 다른 사원을 방문하였다. 현지 가이드는 18년 정도 된 베테랑 가이드였고, 캄보디아 사원의 기나 긴 역사 등에 대하여 알기 쉽게 친절하게 설명해주었다. 다행히 건기임에도 많이 덥지는 않아서 사원을 둘러보기에는 아주 힘들지는 않았고, 때마침 1년에 한번 있다는 승려들의 행진 행사를 볼 수 있는 행운도 누렸다.

 

6. 돌아오며

매우 바쁜 일정 중에 참여한 탓에 캄보디아를 좀 더 많이 둘러보지 못한 점과 좀 더 많은 변호사들과 교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지만, 나로서는 생애 첫 국제 컨퍼런스에 참여하여 처음으로 발표를 하게 되었던 것이 정말 값진 경험이었다. 발표 준비를 하면서 내가 일하는 분야에 대하여 다각도로 고민하게 되었고, 또한 외국 변호사들과 이야기하면서 그들의 시선으로 우리 나라 이혼 제도에 대하여 다시금 고찰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가족법 세션에서 만난 변호사들과도 총회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안부를 묻고 업무적으로도 연락을 주고 받고 있어 이번 총회가 나에게는 좋은 인연까지 얻게 된 행운의 자리였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이런 총회에 참여하는 것을 권하겠냐고 묻는다면, 나는 ‘무모’할지라도 한번 참여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지금은 조금‘무모’해 보일지라도, 그 ‘무모’함이 한 단계 자신을 성숙하게 하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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