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부산지방법원에서는 재밌는 일이 일어났다. 판사회의에서 법관들의 사무분담과 관사 배치 등을 정하는데 있어서 서열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변시 1회로 임용된 로스쿨 출신 판사들이 연수원 42기 판사들과 동일한 기수로 인정하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변시 1회 판사들은 2012년 4월에 법조인 자격을 취득하였기 때문에 2012년 1월에 수료한 연수원 41기와 동일한 기수로 업무분담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연수원 42기 판사들은 판사 임용일 기준으로 2016년 초에 함께 부임 받았기 때문에 변시 1회와 동일한 서열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들이 치사해보이지만 법원은 법조경력에 따라 보임, 사건사무분담, 관사 등을 정하기 때문에 판사들은 서열순위에 민감하다. 비단 법원에서 뿐만 아니라 군법무관, 로펌 분야에서도 사법연수원 출신과 로스쿨 출신 간 서열 갈등이 지속적으로 있어온 것으로 안다.

원래 로스쿨 제도는 기존의 사법연수원 기수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럼에도 서열 문제로 목매는 소식이 들려오면 국민들은 상당히 모순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 같은 서열 문제가 불거진 것은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이 자신들의 권익향상을 호소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것일 수 있다. 사법연수원 출신 법조인들과 함께 배출된 로스쿨 초기 기수들은 서러움을 나름 많이 겪었다고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차별대우와 무시, 현대판 음서제로 인식되어 국민들의 안 좋은 시선까지. 그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한다. 그런 노력 덕택에 예전에 비해서 차별인식이 많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서열다툼 또한 로스쿨 제도가 정착하는 과정에서의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본다.

이제는 법조일원화 정책에 따라 로스쿨 출신 법조인만 탄생한다. 로스쿨 출신 법조인들은 ‘변시 몇회’라는 것을 기준으로 법조경력 서열이 정해진다. 또한 같은 기수 내부에서도 출신별, 지역별, 성적별, 취업 직장별 등 암묵적인 차별기준을 세운다. 그런 것을 보면 인간세계도 동물의 왕국처럼 서열놀이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같다.

제8회 변호사시험이 치러지면 변시 8회라는 타이틀을 가진 법조인이 배출될 것이다. 절반을 밑도는 변호사시험 합격률에서 로스쿨생들은 치열하게 실력을 갈고 닦아 시험을 치른다.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법조인이 탄생된다. 서열이라는 것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일시적인 자기 위안이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법조인이라는 꿈을 품고 달려온 초심을 생각한다면 무의미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식구, 같은 법조계 일원으로서 화합할 수 있는 새해가 되길 기원한다.

 

/배지성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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