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제목의 취지에 부합하게 지방회 관련된 글을 쓰려고 노력해왔다. 대한변호사협회 홍보팀에서도 지방회 해시태그는 각 지방회만의 현안 또는 특색이 반영된 원고를 원한다고 했다. 그간 써온 원고에 대하여 필자의 지인들은 대한변협신문을 페이스북으로 착각한 것 아니냐면서 진중한 글을 써보라고도 했다.

하지만 진중한 글을 쓰는 것은 서면으로 족하고, 지방회 해시태그는 역시 취지에 부합하게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의 유쾌한 특색을 보여주는 것으로 일단 정리하고자 한다.

지방회 해시태그로 인해 필자는 소속된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의 업무와 소속 변호사님들의 동정에 대해 귀를 기울이게 됐다. 지방회 해시태그는 나와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가 조금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고 할 수 있겠다.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는 2017년부터 송년의 밤 행사에 소속변호사들의 장기자랑 코너를 마련했다. 법정에서 만나 인사를 하는 정도로 얕은 관계에 불과했던 변호사님들이, 혹은 법정에서 증인신문을 하거나 최후변론을 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은 ‘쎈’ 변호사로 보였던 분들이 각자 자신의 장기를 선보이는 자리는 꽤 신선하고 충격적이었다.

2018년 송년의 밤의 시작은 장OO 변호사님이었다. 장OO 변호사님은 윤도현의 ‘나는 나비’를 불렀는데 심지어 통기타 연주와 함께였다. 첫 무대인데다가 혹시나 기타연주가 틀릴까봐 조마조마하는 마음이 객석까지 전해졌다.

김△△ 변호사님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멋진 턱시도를 입고 성악(제목 : 불타는 강대나무)을 부르셨다.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좋으셔서인지 노래도 굉장했다.

최OO 변호사님은 평소 유쾌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청년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너무나도 기운 없이 불러서 다들 의아해 했었다. 알고보니 성대결절로 투병 중에 행사에 참가하셨다고 한다. 송년의 밤 행사 준비로 인해 성대결절이 온 것은 아니겠지. 걱정말라 했지만 걱정이 되어버린 그 노래.

마지막으로 최OO 변호사님 사무실 소속변호사인 김** 변호사님이 춤과 함께 트로트인 보릿고개를 열창하시면서 분위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아. 뭔가 개업변호사인 나로서는 가슴이 절절한 노래였다. 시기마저 적절했다. 12월이라니….

“아이야 우지마라 배 꺼질 주린 배 잡고 물 한바가지.”

김** 변호사님은 신입변호사임에도 불구하고, 개업변호사의 속내를 어찌 알아 보릿고개를 선곡했을까. 이 무대로 김**변호사님은 많은 변호사님들에게 훈훈하고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러나 막상 최OO 변호사님은 얼굴이 빨개진 상태로 고개를 푹 숙이며 무대 위의 김** 변호사님을 쳐다보지도 못하셨다. 아마도 아들같은 마음에서, 혹시나 실수나 하지 않을까 불안불안 염려되는 마음이셨을 것이리라. 창피하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분명 자랑스러우셨을 것이다.

송년의 밤을 마치고 얼마간은 변호사들끼리 모여 식사를 하거나 재판을 기다리면서 이야기를 나눌 때가 되면, 송년의 밤 장기자랑 뒷얘기로 시간가는 줄 모른다. 사건얘기로만 시간을 채우던, 사건에 찌들어있던 우리는 잠시나마 사건이 아닌 다른 공통의 관심사로 기운을 얻는 것이다.

이로써 2018년은 마무리됐다. 그리고 우리는 새해를 맞이했다.

새해를 맞이하면서, 필자는 전라북도지방변호사회와 소속변호사님들에게 조금 더 내 마음을 열 것을, 조금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할 것을 새삼 다짐했다.

 

 

/김도현 변호사·전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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