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와 연말을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며 우리는 많은 사람들과 안부를 주고받게 된다. 오가는 인사와 훈훈한 덕담 속에 새삼 따뜻함을 느끼기도 하고, 분주한 삶을 살아가며 잠시 멀게 느껴졌던 지인들로부터 온 반가운 소식을 통해 당시의 온기를 떠올리기도 한다. 그리고는 곧 새해를 소망하며 새로운 한해의 각오와 다짐들을 나누기도 한다. 그러다 문득, 새해의 ‘계획’을 묻는 사람들은 있어도, 새해의 ‘꿈’을 묻는 사람들이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어른이 된다는 것은 꿈과 멀어진다는 것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많은 꿈을 꾼다. 직업에 대한 꿈, 가정에 대한 꿈, 장래에 되고 싶은 모습들. 그 꿈들이 삶을 더 반짝이게 해 주고,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한다. 때로는 그 꿈을 위한 수고가 힘겹게 느껴진다 할지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로 다짐하며 매 순간을 걸어가기도 한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삶의 목표와 꿈을 이룬 이후에는 일상의 고단함에 빠져 삶을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기도 한다. 그 즈음에 이르러서는 더 이상 누구도 그에게 “꿈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그도 타인에게는 물론 스스로에게도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또한 꿈은 아이들이나 청소년, 청년들의 전유물일 뿐, 어른이 품고 살아가기에는 낯선 객체라고 인식되기도 한다. 그러나 과연 꿈은 그러한 것일까.

꿈은 ‘실현하고 싶은 희망이나 이상’이라는 의미도 있지만 ‘실현될 가능성이 아주 적거나 전혀 없는 헛된 기대나 생각’이라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다. 이러한 의미 때문에 꿈의 반의어로 ‘현실’이 있다. 우리는 가끔 헛된 꿈에 빠져 자신은 물론 주위 사람들의 삶까지 파괴하고야 마는 광경을 목도하기도 한다. 그렇기에 현실을 살아가는 ‘어른’들이 꿈을 갖는 것은 부자연스러운 것처럼 보인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즈음 문득,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현실은 진실의 적’이고,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은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것’이라 외치던 돈키호테의 말이 떠올랐다. 매일이 전쟁과도 같은 치열한 현실과 처리해야 할 일들이 쌓여가는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잊어가는 꿈들, “어릴 땐 머리로 느꼈던 감정이 이제는 가슴으로 느껴진다”는 배우의 말에 깊이 공감했었던 시간들…. 어쩌면 지금 나는 현실에 안주하고 꿈을 포기하는 ‘세상에서 가장 미친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묻고 싶어졌다. “당신의 꿈은 무엇입니까”라고. 당신이 생각만 해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기대하게 되는 것이 무엇인지, 현실을 살아가면서 잊힌 꿈이 무엇인지, 묻고 싶어졌다. 이 질문이 한가롭고 사치스러워 보일지라도, 서로에게 이런 질문을 할 수 있는 사이가 됐으면 좋겠다. 서로의 일상과 꿈을 격려하며 함께 걸어가는 삶, 2019년에는 그런 삶이 펼쳐지기를 소망해본다.

 

/전별 변호사(서울회·변호사전별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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