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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기고]알기 쉬운 법령
계승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doktorkye@pusan.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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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1호] 승인 2019.01.07  09:4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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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1980년 초반 법과대학에 입학했을 때 대학원생이던 분이 법전에 규정되어 있는 몇 가지 용어를 내게 보여주면서 읽을 수 있는지 여부를 시험해 보았다. 하자(瑕疵), 소훼(燒燬), 표현(表見), 구거(溝渠) 같은 용어들이었다. 이렇게 질문한 의도는 법학에는 특히, 법률에는 이렇게 어려운 한자가 많이 있으니 한자를 모르면 법학을 공부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미리 알려주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법학을 공부하자니 법률을 비롯한 법률문헌에는 어려운 한자어가 많았고, 쉬운 한글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한자로 고쳐 쓴 것과 긍정인지 부정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본어식 표현, 마침표가 보이지 않는 법률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게 구성되어 있었다. 법률문헌을 작성할 때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문장도 길어야 하고, 이해되지 않는 표현을 하여야 법률가답다는 오해를 버리게 된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았다.

우리가 법률문헌이라고 말하는 것은 법령, 법률문서, 법학논문, 법률가들이 작성하는 에세이 등으로 크게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법령은 우리 사회에서 지켜야할 규범내용을 기재한 것이고, 법률문서는 판결문, 공소장, 준비서면 등 이해관계인이 법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작성하는 문서이고, 법학논문은 실무가나 학문을 하는 사람이 법학과 관련된 내용을 학문적으로 작성하는 글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외에도 법률적인 논평, 에세이 등이 존재한다.

다른 법률문헌들은 관련되는 사람들이 있지만, 법령은 대부분 일반 국민과 관련되는 것이고, 한글을 이해한 외국인이나 중학교 정도의 교육을 받은 우리나라 사람이 읽어서 그 의미를 깨닫고 자신의 행위규범이나 권리의무를 파악할 수 있을 정도면 되는 것이다. 법령은 조문형식으로 언어로 표현되어 있다. 언어의 형태로 되어 있기 때문에 쉬운 표현을 사용하여야 하고, 그 규범의 의미전달도 정확하면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말로 표현하는 것이 규범의 수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다. 법령의 특성상 규범의 의미 전달을 분명히 하기 위해 한자나 영어, 또는 오해를 줄이기 위하여 전문용어, 학술용어를 사용하기도 하고, 의미에 대한 부가적 설명이 조문의 내용 속에 포함될 수 있다.

그렇지만 다른 법률문헌과 달리 법령만은 최소한 국민 친화적, 시민 친화적, 규범수용자 친화적이어야 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국민이면 누구나 이해하기 쉽게 표현되어야 한다. 따라서 의미전달이 분명하고 쉬운 우리말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의도적으로 어려운 한자어로 바꾸어 표현하는 것은 그만두어야 한다. ‘대나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죽’이라고 한다든지, ‘학교건물’이나 ‘교육용 건물’이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교사(校舍)라고 표현하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물론 한자로 병기하여 그 의미를 알 수 있지만 한자에 익숙하지 않은 시대의 흐름에 맞지 않는다.

더 나아가서 한글을 아는 외국인,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이라도 알 수 있는 법령이어야 한다. 외국인이라도 우리나라의 법령을 보고 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규범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앞으로는 입법을 할 때에 알기 쉬운 법령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의미 전달이 쉽고 한번 읽어서 규범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입법행위를 하여야 한다.

물론 법학에는 해석이라는 도구가 존재해서 법령의 의미를 밝히는 작업을 한다. 이 도구는 대부분 법률가들의 몫이다. 일반 국민이 법령을 읽어서 의미 자체를 파악하기 힘든 어려운 용어나 표현을 앞으로는 가능한 한 지양해야 한다.

법령의 대부분은 한글로 표현된다. 한글로 표현되더라도 표현의 한계성, 의미의 가변성, 의미 전달의 불명확성, 전문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국제화의 바람과 함께 영어가 오히려 친숙한 세대도 있고 아직까지는 한자어가 편한 세대가 우리 사회에 공존하고 있다.

법령이라는 사회적·국가적 규범 그릇에 담을 내용을 표현함에 있어서 특정 계층만 이해하거나 고등 교육을 받은 자만이 이해되도록 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도 맞지 않다. 규범의 내용을 정확하게 널리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사람이 알 수 있는 쉬운 용어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맞다.

이러한 고민과 의지는 비단 중앙정부의 법령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지방정부인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서 제·개정하는 자치법령에도 해당되는 내용이다.

/계승균 부산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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