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투표로 불리었던 섀도 보팅(shadow voting)이 2018년부터 폐지되면서 많은 상장회사에서 주주총회 개최와 의안 의결에 필요한 정족수를 확보하는 것이 여전히 큰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족수 부족으로 상장회사 주주총회가 파행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현행법하에서 주주에게 주주총회 참석을 독려할 방법이 마땅하지 않다. 주주총회에 참석하여 의결권을 행사한 소액주주에게 감사의 뜻으로 영화표를 주기만 하여도 회사의 경영진은 이익공여죄를 구성하여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실제 2018년 여러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 의결정족수 미달로 감사를 선임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상법은 감사 선임 시에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어 오히려 그 경우에 소액주주의 출석에 더 큰 희망을 걸 수밖에 없다. 안타깝게도 2019년 3월에 감사임기가 만료되는 상장회사의 상당수가 정기주주총회에서 감사선임에 실패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이 섀도 보팅의 폐지로 인한 후폭풍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와 여당은 ‘주총 대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상법상 전자투표제를 의무화하는 안을 들고 나오고 있다.

전자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일정한 상장회사는 그 주주들이 주주총회가 개최되기 이전에 전자적인 방법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비하여야 한다. 그 의도는 나무랄 데가 없다. 주주가 몸소 주주총회장에 가지 않고서도 모바일 앱을 통해 투표를 하는 것은 ICT 강국인 한국의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리는 풍경이다. 그러나 전문가의 입장에서 전자투표의 의무화에 우려되는 점이 없지 않다.

주주총회는 회사가 의안에 대하여 설명하고 주주들이 의안에 대해 토의를 거쳐 표결을 통해 집단적 의사를 결정하는 주식회사의 최고의사결정기관이다. 전자투표는 주주총회가 개최되기 전에 하는 사전투표이고, 주주총회에 가지 않고서 하는 부재자투표다. 따라서 주주가 전자투표를 한다는 것은 그가 주주총회에 직접 출석하여 질문권을 행사하고 논의를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만약 모든 주주가 전자투표를 한다면 물리적인 주주총회를 개최할 필요가 없다. 이 때문에 전자투표를 활성화하는 것은 회의체인 주주총회의 본질 조화되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상법을 개정할 바에야 전자투표 의무화보다는 모바일로 주주총회에 직접 참여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모바일로 주주총회를 실시간 중계하여 주주가 현장의 분위기를 파악하고 토의한 후에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 구현이 입법상 필요한 것이다.

 

 

/권재열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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