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둘러싼 각 정당 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관철하겠다며 9일 간의 단식농성이라는 극한 수단을 동원한 끝에, 지난 12월 15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에 전격 합의하면서 갈등이 일단락되는 듯 보였으나 끝이 아닌 시작이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 자유한국당이 합의문을 놓고 ‘수용이 아닌 검토’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선거제도 개혁 논의는 다시금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정당의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시행하고 있다. 독일의 예를 보면 유권자가 1인 2표(지역구 후보에게 1표, 지지하는 정당에 1표)를 행사하는 것은 우리와 동일하되, 최종적으로 정당 의석 수를 제2투표에서 결정된 정당 득표율과 일치시킨다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독일식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우리나라에서 시행한다고 가정해 보면, 지난 20대 총선에서 7.2%의 비례대표 득표율을 기록한 정의당은 21석의 의석을 갖게 되고, 지역구 당선자는 2인이었으므로 나머지 19명이 비례대표가 된다. 현행 선거제도에 따라 6석을 차지했던 정의당의 의석 수가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할 경우 3배 이상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늘어난 비례대표의 수만큼 다른 정당의 지역구 의원 수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므로, 이른바 초과의석이 생겨 전체 국회의원 수는 늘어나게 된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을 주장하는 측에서는 사표(死票)가 줄어들어 ‘민심 그대로’ 선거 결과를 의석 비율에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한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이 제도의 도입에 미온적인 입장이다. 한국당은 “권력구조 개편 논의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태도를 취한다. 우리나라의 제왕적 대통령제하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절한 제도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선거 중에서 가장 사표가 많이 나오는 선거가 대통령 선거다. 1987년 13대 대선에서 63.4%의 사표가 발생한 이래, 14대 대선에서는 58.0%, 15대 대선에서는 59.7%, 19대 대선에서는 58.9%의 표가 사표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총선만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면 국회의 대정부 견제 기능만 약화되어 민심과 권력은 더욱 괴리될 수 있다는 것이 한국당의 입장이다. 민주당은 한국당보다 외견상 좀 더 적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었으나, 이해찬 대표 등 지도부의 속내는 역시 부정적이라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해보인다.

선거제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에서 공직선거법 등 여러 법률을 개정해야 하는데, 선거법은 ‘게임의 룰’에 관한 문제라 모든 정당의 합의로 개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가장 의석을 많이 갖고 있는 여당과 제1야당이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는 이상, 현재 상황에서 2020년 총선이 연동형 비례대표제하에서 치러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정구성 변호사·국회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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