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당 대전시당에서 김모 시의원에 대한 제명결의를 했다. 언론을 통해 접한 제명사유는 ‘기밀사항인 특별당비 내역을 사실과 다르게 주장해 당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었다. 필자로서는 당의 기밀사항이 무엇인지, 어떠한 내용을 사실과 다르게 주장했는지에 관하여는 알 수가 없기에 해당 사안에 대한 구체적 의견을 낼 수는 없고, 다만 위 사건을 계기로 고민하게 된 현행 정당법상 당원 제명제도의 문제점에 대한 의견을 밝혀 보고자 한다.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헌법으로 정당 제도를 보호하고 있고, 헌법에 근거하여 정당법이라는 법률로써 정당 활동을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정당의 중요한 공적 기능을 인정해 정당과 정당의 활동에 법적 근거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대의민주주의 제도를 택하는 현행 헌법상 정당 자체의 유지·존속을 보호하는데 중점을 두다 보니, 정당은 당원의 제명에 관한 광범위하고 강력한 자치권을 보유하게 됐고, 이로 인하여 정당이 당원들 개인의 정당 활동의 자유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되어 정당 내부의 민주화, 즉 당내민주주의가 중요한 문제로 부각됐다.

현행 정당법은 당내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요소로 정당의 강령과 당헌을 정하고, 그것을 공개하는 등의 사항을 규정하고 있어서 헌법에서 추구하는 정당민주주의 실현에 힘쓰는 것처럼 보이는데, 정작 당원의 자격을 박탈하는 ‘제명’에 관한 사유 및 절차 등 모든 요건은 당헌에 일방적으로 유보하고 있다. 때문에 당원이 정당의 제명 결정에 불복하여 민사절차로 제명결의 무효·취소소송을 제기하더라도, 법원으로서는 제명결의에 절차상 중대·명백한 하자가 있지 않는 한 헌법이 정한 정당 활동의 자유에 근거한 정당의 내부적 의사결정을 존중하여 원고 청구기각 판결을 할 것이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현행 법 제도하에서는 정당은 당원의 제명에 대한 권한을 사실상 무제한적으로 보장받는 반면, 당원의 정당 활동의 자유는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결과가 발생한다. 나아가 당원의 제명을 결정할 수 있는 정당지도부의 권한은 그만큼 막강해지고, 정당 내부의 정치적 자유, 표현의 자유는 그만큼 위축되어, 당내 권력의 서열화·독재화로 이어지게 되어 정당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기구가 아닌 권력투쟁의 전초기지로 전락하게 되는 위헌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현실적 관점에서도 당원의 자격이 보장되지 않으면, 정당의 기능 중 하나인 새로운 정치지도자의 발굴·훈련·양성 기능은 형해화 될 것이고, 정치의 세대교체란 사실상 불가능해져서, 가뜩이나 노령화로 노회해져가는 우리 사회가 정치적으로도 ‘적’체되는 ‘폐’단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김모 시의원의 제명 사건을 계기로 당내민주주의의 실현을 위한 방향, 즉 당원의 지위와 정당 활동의 자유를 보장하는 방향으로 정당법 개정 논의가 이루어져, 우리 사회가 실질적 민주주의에 한 걸음 다가서기를 바란다.

 

 

/고봉민 변호사·대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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