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박, 이재용 인터뷰보다 어려운 것

Q. 다음 중 법원 출입 기자가 주로 하는 일은? 1. 재판 챙기기 2. 영장 심사 3. 판례 찾기 4. 판사 마와리 5. 공보관 소통 6. 그 외 (행법 마와 리, 재판 일정 정리 등)

정답은 ‘모두’다. 뭐가 가장 어려 울까.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1, 2번 이 가장 주 업무처럼 보일 것이다. 실제로 이명박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을 옆에서 인터뷰할 기회가 있었다. 많은 지인들이 ‘최고의 권력자’와 ‘최고의 재벌’ 앞에서 떨리지 않았냐고 물어봤지만, 사실 그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있다. 바로 ‘불가분 불가원’ 관계를 유지 해야하는 취재원, 5. ‘공보관과의 소통’이다.

공보관은 판사인 동시에 법원 홍 보를 담당한다. 기자들은 개별적인 취재를 제외하고는 법원과 관련된 우선적인 사실 확인을 모두 공보관을 통해 한다. 1, 2번 업무 외에도 3. ‘판례’를 찾아도 판결 기초정보를 제공받는 것은 공보관을 통해서다. 4. ‘판사 마와리’를 통해 약속을 잡아도 공보관과 함께 가겠다는 판사님들이 많은 것을 보면 공보관은 곧 법원을 대표하는 셈이다.

연결고리로 보면, 법원-공보관- 기자-국민인 셈이다. 하지만 공보관의 임기는 1년이다. 출입기자는 그대로인데, 공보관이 바뀌는 경우 가 많다. 즉, 공보관 마음에 따라 어제는 가능했던 일이 오늘은 안 될 수 있는 일이다.

최근 ‘법원이 점점 갈수록 감춘다’라는 이야기가 종종 들리는 이유일 것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몰카 찍는 로스쿨생’ ‘상습 성추행하는 법대 교수’ 등 기사화가 됐지만, 작년 어느 순간부터 기사를 쓰기 힘들어졌다. 성범죄 판결은 공개하기 부적절 하다는 것이 이유다. 물론, 개인정보가 중요한 시대고, 법원의 취지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기사화해야 하는 사안도 있다. 모든 정보를 비실명화해 피해자를 특정할 수 없게 판결정보만 제공해달라는 요청을 재차 했지만, 모두 거부당했다.

실제로 1심에서 무죄였던 이진욱 무고녀는 2심에서 유죄가 선고됐는 데, 판결문을 볼 수 없었다. 안희정 전 지사 경우 같은 ‘업무상 위력 간음’ 판례들도 같은 이유로 거부당했다. 재판이 ‘공개재판’인 것에 비해 판결문은 그렇지 못한 것이 아이러니다. 이제 극악무도한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알리는 기사는 더이상 쓰기가 어렵게 될지 모른다. 얼마 전 한 기자의 말을 인용한다. “판사님들이 ‘우리의 판결은 절대 무결하니 손 놓고 믿으라’는 뜻인가? 아니면 왜 정보를 차단하나.”

저 연결고리 안에서 부끄럽지만 기자들은 공보관의 입을 기다리는 경우는 많다. ‘공보관-기자’ 관계가 출렁이면, 도미노처럼 ‘기자-국민’ 즉, 국민의 알 권리도 출렁인다. 평소에 국민들한테 보여줄 수 있던 방송화면도 새로 부임한 공보관의 한마디에 촬영이 불가한 경우도 있다. 실제로 한 공보관이 기자가 촬영 불허에 항의를 했다는 이유로 점심 약속을 돌연 취소한 사건도 있다고 하니 언제나 언론사는 ‘을’이 될 수밖에 없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1심 첫 생중계가 일어났고, 사법부 블랙리스트를 성역없이 조사하라는 기사가 1면을 장식한다. 사법부가 국민들과 소통하는 것 같다. 잃었던 국민들의 신뢰를 높여가려는 듯하다. 하지만 실제 법원 출입 기자가 가까이서 보고 느끼는 것은 그렇지 않으니 안타깝다.

 

/한송원 TV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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