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전원 출범 10년을 맞아 다양한 평가가 교차하는 가운데 비싼 등록금, 낮아지는 변호사시험 합격률과 입시학원화, 학문법학의 위기 등 법전원 제도에 관한 우려와 비판이 지배적이다. 정체성을 따지는 질문은 대개 위기 상황에서 제기 된다는데, 지난 10년간 법전원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서 한 번도 자유롭지 못했던 것 같다.

필자는 대학 졸업 후 4년의 직장생활을 마치고 법전원에 입학했다. 개강 전 주까지 출근해서 업무를 마무리하다 보니 예습은커녕 외근 가는 기분으로 첫 수업에 들어갔다. 대학을 갓 졸업하고 법전원에 온 10살 어린 동기들과 어울리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회사 생활에 지쳤던 내게 새로운 기회가 주어졌음에 행복해 했던 때가 더 많다. 이제 법전원에 도전하기에는 나이 들었다는 회사 선배들의 한탄을 들을 때면 더욱 그러하다.

입학 전 막연히 기대했던 것과 실제 법전원 생활에 많은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다. 그나마 필자가 재학 중인 로스쿨은 상대적으로 학생 구성이 다양한 편이라 서로에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더불어 원래 관심 있던 국제법, 개인정보보호 분야 모의재판과 논문대회를 준비하고, 이주민을 위한 법률상담에 참가하고, 변협과 법무부가 주최한 통일과 법률 아카데미를 수강하는 등 법전원에 오지 않았더라면 경험하지 못했을 다양한 기회도 만끽하고 있다.

비법학사로 뒤늦은 나이에 법학 공부를 시작한데다 법전원에서도 일탈을 즐기다 보니 이러다 변시에 5탈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2년 뒤 이 글을 쓰고 있던 2018년 겨울의 나에게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와 헛짓하지 말고 공부나 하라고 뒤통수를 때리고 싶다고 후회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IT 전문가로 유명하신 한 판사님이 학교 특강 말미에 꼭 변호사 안 되면 어떠냐면서 변시에 너무 목매지 말고 다양한 길을 찾아보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마침 학교별 변시 합격률이 비교되던 시기라 앞자리에 앉아 계시던 원장님께서 손을 내저으시고 모두가 웃으며 농담으로 넘기는 가운데 필자만 고개를 끄덕였던 기억이 난다.

필자가 좋아하는 전수안 전 대법관님 퇴임사에 대법원 구성의 다양성을 역설하는 부분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다양성을 내세웠던 법전원 도입 취지와 달리 변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전국 법전원이 변시 합격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신입생을 선발하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기본적으로 법전원은 전문대학원인만큼 자격을 취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 법전원에 필자 같은 학생이 좀 더 많아져도 괜찮지 않을까? 갑자기 1년 전 법전원 면접장에서 필자를 믿고 뽑아주신 세분 면접관께 감사드리게 된다.

 

 

/강영준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10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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