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에 대한변협을 비롯한 변호사회의 수장을 선출하는 선거가 예정돼 있어 벌써부터 선거 바람이 부는 듯하다.

변호사회는 변호사로 구성되고 변호사법에 규정된 법정단체로서, 우리나라에서 변호사로서 직무를 수행하려면 가입하여야 하는 단체다. 변호사법에 의하면 변호사회의 설립 목적은 변호사의 품위 보전, 법률사무의 개선과 발전, 변호사의 지도 및 감독 등이다.

변호사는 대표적인 전문직에 해당하는 직업이다. 전문직은 그 제공하는 서비스의 질을 일반인이 알기 어렵다는 점에서 전통적으로 자율규제원칙이 적용돼 왔다. 이러한 자율규제원칙에 따라 변호사에 대한 일차적인 규율 권한을 변호사회가 가진다.

서울회 분쟁조정위 활동을 하면서 조정 절차에 출석한 변호사로부터 자주 듣는 항의는 “왜 변호사를 지원해야 할 변호사회가 변호사를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변호사를 괴롭히는 일을 하는가”다. 많은 변호사들이 변호사회에 대해서 자신들을 대변하여 변호사의 이익을 보호하고 싸워주는 역할을 기대한다.

그러나 변호사회가 변호사집단의 이익 추구에만 몰두하는 것은 오히려 변호사 집단의 전체 이익에 해가 될 수도 있다. 불편한 예일 수 있겠지만 ‘전경련’의 예를 들어 보겠다. ‘전경련’은 경제인들의 이익단체로서 그동안 경제계의 이익 추구에 몰두해 왔지만 결국 지나친 단체적 이익 추구로 인해 오히려 경제계 전체에 큰 부담을 지웠다.

경제학 교과서에서 자주 등장하는 ‘저축의 역설’은 개인 차원에서 저축은 선(善)이지만 국가 차원에서 소비 없는 저축은 악(惡)이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저축의 역설’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개인의 이해와 집단의 이해는 약간의 상충관계에 있을 수 있다. 변호사 개인의 입장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변호사 윤리를 위반할 수 있고, 이는 개인 차원에서는 선(善)이다. 그러나 변호사회에서 개인 차원의 비행(非行)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해 변호사 집단 전체의 신뢰를 상실케 하면 결국 변호사업계 전체에 문제가 발생한다.

변호사 집단 전체의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서는 변호사회가 공공선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변호사 집단을 이끌어야 하고, 이를 위해 필요하다면 개별 변호사들에 대한 엄격한 규율도 마다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필자의 주장은 아마 선거 공약으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 선거에서 이런 주장을 하다가는 떨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 임하는 많은 후보자분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비록 공약에 내세울 수는 없지만 엄정한 자율규제를 통하여 충실한 법률서비스를 제대로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이 변호사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는 것을 말이다.

 

 

/손창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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