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정(適正)한 수임료는 얼마일까.

변호사는 의뢰인과 사건 위임계약을 할 때 착수금과 성과보수를 구분하여 약정한다. 사건에 따라 착수금을 받지 않기도 하고, 금전이 아닌 물건 등으로 수임료를 받기도 한다. 의뢰인으로부터 받아서는 안되는 과다한 수임료의 기준은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독일계 법률 보험회사 ‘DAS’의 경우 변호사 수임료를 지불할 때 내용증명 작성 단계, 조정신청 단계, 소장 제출 단계, 준비서면 작성 단계, 법정 출석 단계 등 변호사의 소송행위를 세분화하여 그 진행 정도에 따라 달리 차등하여 지급한다.

그러나 한국은 그렇지 않다. 일단 300만원이든 500만원이든 먼저 금액을 일률적으로 정하거나, 승소금액의 10%든 20%든 일정한 비율로 정한다. 그러다보니 변호사의 노력 정도에 따라 적정한 수임료가 지급되는 경우도 있지만 적은 노력으로 많은 수임료를 지급 받거나 많은 노력으로 적은 수임료를 지급 받는 문제가 발생한다. 변호사가 구속석방의 대가로 과다한 수임료를 받았다가는 진정을 당하거나 변호사법 위반으로 구속도 된다.

대법원은 2015년 형사 성공보수약정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한다는 이유로 일률적으로 무효라고 판시하였다. 변호사로서 무죄 주장 및 입증을 위해 상당한 노력을 들인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과다한 수임약정이 아닌 일률적 무효는 수임료 약정에 대한 신중한 고려가 없었던 것이 분명하다.

형사 뿐만 아니라 민사나 가사 영역에서도 의뢰인과 변호사 사이 수임료 분쟁은 자주 발생한다. 수임료 분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대부분 의뢰인의 입장에서 변호사가 노력에 비해서 많은 비용을 받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들어갈 때와 나올 때 상황이 다른 것처럼 최초 사건을 의뢰할 때와 사건이 해결되었을 때 의뢰인의 마음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약정서를 작성하고, 그 약정서의 내용을 지키도록 강제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법원은 의뢰인이 변호사에게 과다한 수임료를 지급할 의무는 없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과다한 수임료의 기준은 무엇인가. 법원은 착수금의 액수, 사건 처리의 경과와 난이도, 노력의 정도, 소송물의 가액, 의뢰인이 승소로 인해 얻게 되는 구체적인 이익과 변호사보수에 관한 규칙 등을 고려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의뢰인의 주머니 사정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의 내용을 약정한 경우라면, 약정서의 내용이 정액이든, 정률이든 가급적 지키도록 하는 것이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형평의 원칙에 합당하다.

 

 

/이인재 변호사(서울회·법무법인 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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