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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청사보안?
강한 법률신문 기자  |  strong@lawti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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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호] 승인 2018.12.17  09:4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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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70대 농민 남모씨가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에 불만을 품고 대법원장의 에쿠스에 화염페트병을 던졌다. 차가 그을렸고 다친 사람이 없었지만, 사법부 수장을 겨냥한 초유의 사태에 법조계 안팎은 충격에 빠졌다. 변호사들도 판사 공격과 사법부 독립 침해는 용납할 수 없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사법부 권위가 땅에 떨어졌다는 한탄도 나왔다.

“법치주의 근간을 흔드는 매우 중대한 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행안부장관과 경찰청장이 달려와 머리를 숙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을 해야 하는 법관에게 위해가 가해질 수 있어서다. 또 “두려움 없는 재판업무를 위해 청사보안을 철저히 하겠다”며 “관계기관도 경각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법원의 첫 대응이 청사보안에 머물러 아쉬웠다. 크게 보면 재판결과에 대한 개인의 불만을 넘어 사회 전반에 쌓인 사법부 불신이 원인이어서다. 과중한 업무로 판사들이 재판에 최선을 다하지 못하는 구조적 문제도 여전하다. 대법원 인근에는 판사 얼굴사진을 크게 넣은 규탄 현수막들이 나부끼고 종일 장송곡이 울려퍼진다. 온라인 댓글에는 ‘판사XX’라는 비아냥이 난무하고, 재판에서 기피신청을 하거나 불복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이런 것도 법원을 향한 화염병이다.

무엇보다 법과 양심에 따라서만 재판해야 할 법관들이 지금 죄지은 사람처럼 고개를 떨구고 있다. 한번 무너진 믿음을 다시 일으키기 위한 법조계의 고민이 더욱 깊어져야 한다.

시선을 옮겨보자. 2011년 7월 노르웨이 정부청사에서 폭탄이 터졌다. 극우민족주의자 테러범이 같은 날 총기를 난사해 수십명이 죽거나 다쳤다. 미국이 테러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던 시기여서 노르웨이의 대응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렸다. 그런데 다음날 열린 추도식 단상에 선 총리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테러에는 더 많은 민주주의와 더 많은 개방성과 더 많은 인간애로 대응하자.” 분노로 맞서는 대신 더 큰 관용으로 녹여내겠다는 메시지였다.

법원이 “테러에는 더 많은 법치주의와 더 많은 개방성과 더 성실한 재판으로 대응하겠다”고 할 수는 없었을까. 신뢰와 독립은 헌법 문구 몇줄로 영구히 보장되는 불변의 자산이 아니라, 한칸 한칸 쌓아간 노력의 산물이라고 믿는다. “80%에 달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비율을 줄일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 남씨 같은 억울한 국민을 보듬겠다”는 선언은 언제쯤 나올까.

청사보안은 높은 법원 문턱에 기가 막혀 분통을 터뜨리는 국민 앞에서 문을 닫아거는 모양새다. 사법농단 의혹 이후 국민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인 사법부를 향해 더 높은 전문성과 헌신, 투명성을 요구하고 있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던데. 한마디가 아쉬웠다.

/강한 법률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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