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의 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은 ‘인간관계’다. 수험생 때도 그랬지만 성적 스트레스가 더욱 커서 별로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그렇기에 요즘 내 고민거리는 너무 낯설기도 하다. 동굴에서 살다가 갑자기 빛을 따라서 밖으로 나오니 바글바글 뒤섞여 있는 사람들과 일일이 싸워야 하는 기분이랄까.

나보다 공부 스트레스가 많았던 친구에게 고민을 토로하니 “공부 스트레스보다 인간 스트레스가 더 낫고, 잘 이겨낼 수 있을 거라 느낀다”고 말했다. 나는 그 반대라고 대답했다.

공부는 나 혼자와의 싸움이지만 인간관계는 다수와의 싸움이고, 내가 습득해야 될 지식들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는데, 사람의 마음은 알 수가 없고 그마저도 제 각각 양상이 달라서다. 또한 공부는 내가 제대로 된 방식으로 열심히 공부하면 성적이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 인간관계는 내가 아무리 노력한다 해도 상대방이 원치 않은 방식이라면 어긋나기 십상이다.

그래서 나는 마치 로스쿨처럼 인간관계 전문가가 되기 위한 학교 과정이 있고, 3년의 교과 과정을 거쳐 마지막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만 한다면, 앞으로의 내 인간관계는 언제나 ‘이상 무’라고 할 수 있었으면 어떨까 하는, 그렇다면 기꺼이 그 과정을 밟고 싶은 이상한 발상까지 들기도 한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서 살기 때문에 모두 다 인간관계 스트레스가 있지만, 직업적으로 보았을 때 변호사란 직업은 특히 업무상 사람과 뗄 수 없는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 때문에 20, 30년 이상 매우 장기적인 기간을 두고 ‘변호사’로서 업적을 평가하고자 한다면 법을 다루는 능력만큼이나 ‘인간관계 능력’도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그 평가대상이 된다면 인간관계 능력이라는 요소는 제외 시켰으면 좋겠지만 말이다(웃음).

 

/김혜리 변호사·충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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