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지난 10월 7일부터 12일까지 로마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International Bar Association Annual Conference(이하 ‘IBA 연차 총회’)에 대한변호사협회로부터 등록비를 지원 받아 참석했다.

IBA 연차 총회는 전세계의 법조인들이 모이는 국제적인 행사 중 최대 규모다. 이번 로마에서 열린 연차 총회에는 6000명 이상의 법조인들이 참석했으며,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과 함께 200개 이상의 세션이 열렸다. 필자는 위 연차 총회 참석을 통해 세계 법조계의 동향과 관심사를 알 수 있었던 동시에, 외국 법조인들과 인맥을 형성할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IBA는 행사 첫날, 회의에 참석한 변호사들을 위하여 IBA 조직 구조 및 활용 등에 관해 설명하는 신참자 오리엔테이션을 실시했고, 저녁에는 대규모 환영파티를 개최했다. 이곳에서 만난 몇몇 외국인 변호사들은 필자에게 내년 서울에서 열릴 연차 총회를 언급하면서 “한국의 경우, 싸이만 초청할 수 있으면 게임 끝이야”라는 농담을 던졌다. 그들의 농담 속에서 케이팝 스타의 위상이 화려한 로마의 환영파티를 초월하는 것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IBA 연차 총회에서는 소위원회가 단독, 또는 협업하여 세션 주제와 발표자를 정하는데, 한 세션에 보통 75분이 할애된다. 필자는 이민 국적법 소위원회와 프로보노 소위원회가 함께 준비한 ‘Global migration: from crisis mode to the new normal’에 참석, 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의 난민 수용 현실에 대해 들었다. 칼레 난민들에게 엄격한 잣대를 대고 있는 영국 정부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난민 아이들이 가족과 결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는 변호사들의 활동에 관한 보고를 들을 땐 현재 우리나라 난민 문제 전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또한 행사 기간 중 하루는 AI day로 인공지능이 법조계 각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 조명하는 세션들이 마련됐다. 필자가 속한 가족법 소위원회에서는 ‘Artificial intelligence and alternative facts in family law’를 준비했다. 여기서는 혼전계약서를 작성하는 AI, 문서 작성 AI 등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이로 미루어 보면, AI가 변호사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계 법조계는 AI를 변호사의 업무를 줄이고 정확도를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는 긍정적 측면이 많은 것으로 이해하는 것 같았다.

연차 총회에 참석하기 전 필자는 이탈리아와 인도 변호사로부터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메일을 받았다. 그리고 연차 총회에서는 한국 변호사들과 정보를 교환하기를 원하는 많은 외국인 변호사들을 만났다.

그들은 한국기업의 의뢰를 받아 혹은 소송 수행의 상대방으로 업무를 진행한 경험을 이야기 했다. 그 외에도 한국산 화장품을 극찬한 멕시코의 젊은 변호사나 한국의 소주를 사랑한다는 독일 변호사 등을 통해 한국에 관한 관심을 읽을 수 있었다.

이러한 사실은 대한변호사협회가 주최한 ‘Korean Night’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내년 서울에서 열릴 연차 총회의 홍보 목적으로 열렸던 연회에는 발을 디딜 틈 없이 많은 사람이 방문하여 서울회의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IBA 연차 총회 참석자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펌을 홍보하고 업무 교류를 위한 인적 네트워크 확장에 힘을 쏟고 있었다. 그들이 필자와 대화를 시도하고, 필자에게 연락하며, 한국에 관한 관심을 드러낸 것도 필자를 통해 정보를 얻고 나아가 한국을 활동 무대로 삼으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그들이 내년 서울 총회에 기대를 가지고 있는 것도 이와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도 그들로부터 정보를 얻고, 그들을 우리가 세계무대로 발돋움하는 데 이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년 서울 총회가 한국의 변호사 업무가 세계로 진출하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소이 변호사·서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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