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 개정안’ 공포, 임의어 검색도 허용돼변협, 판결문 공개 관련 설문조사 발표하고 판결문 공개 확대 의견 꾸준히 제안해

내년부터 형사판결서도 온라인에서 열람·복사가 가능해졌다. 법조계 목소리가 닿은 결과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는 꾸준히 형사판결서 공개를 요청해왔다. 헌법 제109조와 현행법에서 일정 경우를 제외하고는 누구든 확정 사건 판결서 등을 열람·복사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공개되는 판결문이 극소수에 불과한 상황이 옳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지난 4일에서야 ‘형사 판결서 등의 열람 및 복사에 관한 규칙’을 내놨다. 시행은 내년 1월부터다. 규칙 제5조 개정에 따라 피고인과 사건번호 없이 임의어 검색으로 법원 홈페이지에서 판결서 등을 열람 및 출력할 수 있게 됐다. 아울러 민·형사 판결서 통합 검색·열람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한곳에서 전국 모든 판결서를 검색·열람할 수 있도록 했다.

변협은 해당 규칙이 입법예고된 직후 “국민의 알 권리 및 재판 공개 원칙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물론, 판결에 대한 정확성과 투명성 및 예견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면서 “사법 불신을 해소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간 판결문 공개에 대한 국민 열망은 컸다. 금태섭 국회의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00명 중 80.8%가 법원 판결문을 모든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변협이 같은달 발표한 설문조사(2면 참조)에서도 결과는 비슷했다. 응답한 변호사 1586명 중 93.7%가 모든 판결문을 인터넷에서 열람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데 찬성했다.

반면 대법원은 판결문 공개에 대해 다소 소극적이었다. 판결문에 포함된 개인정보 보호 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대법원이 지난 5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판사 1117명 중 78%가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형사판결서 검색을 반대했다.

판결문 공개에 소극적이던 대법원은 정작 내부 유출에는 관대했다. 대법관 퇴직 후 연구보고서 전체를 파일로 받아가는 등 문서 유출이 관행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대법원 수석재판연구원 출신 변호사가 재판연구관 검토보고서, 판결문 초고 등 대법원 재판 자료 수백건을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대법관 한명도 연구보고서와 판결문 초고 등 문서 4000여건을 가지고 있던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국민과 법원이 지닌 판결문 공개에 대한 인식 차이는 이처럼 극명하다. 변협은 이런 인식 차이를 재판제도 개선을 논의하는 재판제도 정책협의회에서 설명하며 판결문 공개를 적극 요청했다. 변협이 지난 6월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모든 판결문에 대해 키워드 검색을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대법원이 시행할 임의어 검색 시스템은 이런 제안이 바탕이 된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법률 개정이 아닌 대법원 예규 개정을 통해서도 충분히 판결문 공개가 가능하므로 가급적 신속히 개선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대법원에 형사확정판결문에 대한 정보공개를 청구하기도 했다. 아울러 확정 판결임에도 불구하고 하급심 판결을 열람하려면 열람 신청을 세 차례 거쳐야 하는 현행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또 지난해에는 ‘합리적인 판결문 공개방안 마련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해 판결문 공개 시스템 관리·운영상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비실명 범위에 대한 논의는 아직도 한창이다. 비공개 기준을 강화하면 판결문 공개 취지가 훼손될 우려가 있는 반면, 기준을 강화하지 않으면 판결문 속 개인정보가 악용될 가능성 또한 존재하기 때문이다.

김현 협회장은 “앞으로 민·형사뿐 아니라 모든 판결문, 미확정 판결문까지 공개돼 국민의 알 권리를 실현할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면서 “더이상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국민이 가진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도록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법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