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협, 형법 제11조 농아자 필요적감경 조항 개선 논의
“형법 제10조 적용 또는 임의적 감경으로 개정 필요해”

농아자 행위에 형을 감경하는 형법 조항에 문제가 제기됐다.

변협은 지난 7일 대한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형법 제11조 농아자 필요적감경 조항의 재조명과 발전적 개선방향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상당수 농아자들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청인과 동등한 수준으로 갖고 있으므로 해당 조항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에는 일부 농아자들이 ‘행복팀’이라는 범죄조직을 구성해 같은 농아자를 상대로 사기범죄를 저질러 온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피해를 입은 농아자들이 형법 제11조가 불필요하다는 주장을 하며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이날 김현 변협 협회장(좌측)은 “과거와 달리 특수교육 발달 등으로 농아자의 판단능력, 의사결정능력이 향상돼 형법 제11조는 오히려 차별적 규정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면서 “발전적 개선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어 심포지엄을 열게 됐다”고 밝혔다.

 

 

 

 

 

 

 

   
 

주제발표를 맡은 장영재 변호사(우측)는 “모든 농아자가 정신능력이 발달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라면서 “사기범죄를 저지른 농아자 등 일부는 비장애인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정신능력이 발달했으니 더 이상 보호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정민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변호사는 “정도는 다르지만 사회적 학습 결여나 부족 문제는 농아자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면서 “충분한 학습이나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한 외국인 근로자 등도 이런 문제를 지니고 있지만 이들 책임을 제한적으로 인정하는 별도 규정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조항 삭제나 개정은 신중히 진행돼야 한다는 데 발제자와 토론자 모두 의견을 모았다. 과거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없었던 청각장애인 중 상당수는 생존해 있고, 문자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강창욱 강남대학교 중등특수교육과 교수는 “법을 적용할 때 묶음으로 적용하는 것은 농아자에게 자칫 큰 불이익을 줄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면서 “인권과 직결된 법 적용에 있어서는 더욱 개인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선안으로는 형법 제11조를 삭제하고 형법 제10조를 적용하는 방법이나, 최근 이종배 의원이 대표발의한 형법 일부개정안과 같이 형법 제11조를 ‘임의적 감경’으로 개정하는 방법이 나왔다. 주석형법(제2판)은 “농아자가 언제나 일반인에 비해 정신발달 정도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농아자 책임능력을 일률적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심신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형법 제10조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명시한 바 있다.

신희영 법무부 검사는 “형법 제11조를 임의적 감경으로 개정하는 형법 개정안에 법원과 법무부 모두 반대 입장은 아니다”라면서 “토론 내용을 추후 법무부에서 논의해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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